안영민 검단탑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안영민 검단탑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오미크론 BA.5형 변이가 유행하면서 코로나19 감염이 지난 여름 동안 재유행했습니다. 다행히 8월 말부터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신규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도 조금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이 올해 늦은 가을이나 겨울에 다시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지난 2년 동안 독감은 유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남반구 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독감이 대규모로 유행함에 따라 북반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있으리라 예측됩니다. 그래서 올 겨울에는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우려됩니다.

올해 초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했습니다. 특히 다른 연령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낮은 소아에서는 확진 비율이 더 많이 증가했습니다.

다행히도 오미크론 변이는 중증도가 낮습니다. 반면 이전의 변이들은 기도 아래쪽의 기관지, 폐에 염증을 일으켜서 폐렴을 일으키고 중증도가 높았습니다. 오미크론 변이는 기도 위쪽의 코, 편도, 인두, 후두에 염증을 주로 일으키면서 폐렴이 적게 발생하고 중증도가 낮아졌습니다.

소아 코로나19 환자의 임상 양상은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5세 미만에서는 급성 폐쇄성 후두염(크루프), 열성 경련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고, 5~11세에서는 인후통, 기침 등 일반적인 호흡기 증상과 발열이 나타납니다. 12세 이상에서는 성인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두통, 근육통 등 발열로 인한 전신 증상과 호흡기 증상을 보입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5세 미만 소아에서 크루프가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크루프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기도 위쪽에 염증을 일으키고, 부종이 생기면서 기도가 좁아지는 것이 특징적인 질환입니다. 기도가 좁아져 개가 짖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 컹컹 기침, 쉰 목소리, 숨을 들이쉴 때 꺽꺽 거리는 듯한 협착음이 동반됩니다.

크루프는 6세 이상에서는 드물고, 주로 6개월에서 3세 미만 연령에서 발생합니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1, 3과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 크루프의 주된 원인입니다. 중증의 크루프 환자에서는 호흡곤란 증상이 동반돼 숨을 들이쉴 때 명치 아래쪽이나 쇄골 위쪽이 움푹 들어가는 흉부 함몰 소견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증상은 낮보다는 야간에 악화되며, 일반적으로 빠르게 호전돼 3~7일 정도 지속됩니다. 컹컹 거리는 기침은 환아의 60%에서 48시간 이내에 호전됩니다.

크루프 치료는 중증도에 따라 나뉘는데, 경증의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회복됩니다. 아이가 울거나 보챌 경우 기도가 좁아지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도의 염증과 부종을 완화시키기 위해 약물치료가 이용되는데 스테로이드 약물 투여와 흡입치료, 에피네프린 흡입치료가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가장 효과적인 항염증 치료제로서 경증부터 중등증, 중증 크루프 환자 모두에게 일차적으로 추천되는 약물입니다. 스테로이드 약물 투여 시 30분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24시간에서 48시간까지 지속됩니다. 때문에 빠른 치료가 필요할 경우 에피네프린 흡입치료가 사용됩니다.

스테로이드 흡입치료는 구토 등으로 인해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이 힘든 경우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네뷸라이저 기계를 이용해서 하며, 약물이 에어로졸 형태로 바뀌어서 흡입하게 됩니다.

에피네프린은 기도 부위 부종을 감소시켜서 증상을 완화시켜 줍니다. 에피네프린 흡입치료는 중등증에서 중증 크루프 환자에게 사용되며, 중증 크루프 환자에서 기도 협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아 줍니다. 

치료 후 효과는 10분에서 30분 이내에 빠르게 나타나며, 최소 1시간은 유지되고 2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때문에 치료 후 2시간 이후에 증상이 다시 악화되는지 관찰이 필요합니다.

크루프의 경우 야간에 증상이 갑작스럽게 악화되며 호흡곤란 증상이 동반되고 중증으로 진행할 수도 있는 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후유증 없이 빠르게 호전됩니다. 때문에 보호자가 아이를 잘 관찰해 호흡 수 증가, 입술 청색증, 흉부 함몰과 같은 호흡곤란 증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빠르게 응급실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아 코로나19 감염 시에 중증도가 낮으므로 염려되는 소견이 없다면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고 해열제를 복용하는 등 대증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72시간 이상 발열이 지속되거나 식사량이 줄면서 소변량, 체중이 감소하는 탈수 소견을 보이거나, 전신 상태가 처지는 소견을 보일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검단탑병원 소아청소년과 안영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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