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문화재단 전경.
이천문화재단 전경.

3년 만에 개최되는 ‘이천도자기축제’의 주관단체인 이천문화재단 경영진들이 축제기간(9월 2일∼10월 3일)에 제주도로 출장을 간 사실이 알려져 이들을 향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26일 시와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와 제주도 일원에서 ‘제15회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이 열렸다.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후원하는 행사다. 참가 신청 단체 인원 2인에 한해 숙식(항공료, 교통비 제외)을 제공하며, 추가 인원은 숙박비(1박 24만 원)와 식대(1식 2만3천 원)를 신청(지급)하면 참여 가능하다.

문화예술산업 종사자 간 정보 제공·교류·홍보와 공연예술 유통 활성화 기여를 목적으로 열리는 행사에 유네스코 창의도시로서 ‘역사문화예술의 도시 이천 구현’을 비전으로 내세운 재단 실무자의 참여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천문화재단은 이사장과 사무국장, 관련 부서 직원 2명까지 총 4명이 참여, 주최 측 지원을 받는 인원 외 2인의 항공료와 숙박비, 식대로 90여만 원의 비용을 사전 지급했다고 확인됐다.

타 지자체 문예 관련 단체는 대표자의 참석률이 저조하고, 사무국장의 참가도 극히 이례적인 경우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재단 일부 직원들도 현재 도자기축제가 진행 중이고 10월 각종 행사 준비를 앞두고 책임자들이 자리를 비우는 데 대해 우려를 제기했지만 강행했다고 알려져 비난을 자초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재단은 도자기축제뿐만 아니라 10월 개최 예정인 서희문화제, 전통문화유산 한마당, 역사문화 탐방 같은 각종 공연과 행사를 책임질 곳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도자기축제 관계자는 "이번 축제는 기획부터 잘못돼 방향성을 잃었다. 재단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행사를 준비했는지 모르겠다"며 "역사와 전통을 지닌 대표 축제에 직원 2명이 나와 땀을 흘리며 행사를 진행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 혈세로 책임자들이 남의 잔치에 참여했다는 걸 과연 어느 누가 이해하겠느냐"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단이 부실 경영으로 특정 감사까지 받는 건 아는데, 어떻게 하루에 24만 원짜리 호텔에서 잠을 자고 한 끼에 2만 원이 넘는 식사를 하는지 속내가 정말 궁금하다. 고생하는 직원들과 시민들 보기가 민망하지도 않은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본 페스티벌은 1년에 한 번 제주도에서 열리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큰 행사로, 현재 진행 중인 도자기축제는 주말에 행사가 집중돼 평일을 이용해 문예단체 간 정보 교류 등을 목적으로 최대로 경비를 절약해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재단은 별도의 산하단체로 강제 규정하지 못해 ‘현 시점에 제주도 출장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안다"며 "재단 운영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문제점을 검토 중이며, 설립 취지에 맞도록 조직 개편 따위를 통해 진정한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단체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