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하 인천시 부평구 소통담당관실 갈등관리팀장
강경하 인천시 부평구 소통담당관실 갈등관리팀장

인천시 부평구는 지난 201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공갈등조정관 제도를 도입한 이후 2014년 ‘공공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 제정’, 2015년 ‘갈등관리조정팀 신설’로 공공사업추진 중에 발생하는 갈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왔다. 이후 10여 년이 넘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부평구는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부평형 공공갈등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정착시켰다.

부평형 공공갈등관리시스템은 ▶법적 기반(인천광역시 부평구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 제정) ▶갈등관리기구(갈등관리심의위원회 및 마을갈등조정단 운영) ▶인적 네트워크(주민조정가, 갈등전문가pool) ▶공간적 기반(갈등관리힐링센터 운영) ▶사업지속성 및 확정 확보(갈등관리종합계획 수립, 교육 시스템 운영) 등 총 다섯 가지 요소로 구분된다. 

구는 이러한 시스템으로 각 사업부서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지원한다. 초반에는 구청 직원들의 의구심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신뢰로 바뀌었다. 대표적인 갈등관리 해결 사례 중 하나가 ‘특고압 전자파 갈등’이다. 특고압 갈등은 전국에서 비슷하게 발생하는 주요 현안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인천 부평과 경기 부천, 서울 구로, 경기 광명을 잇는 345㎸의 특고압 문제가 주민과 한전의 갈등으로 촉발됐다. 수도권 서부지역 과부하 해소 및 정전 예방을 위한 사업이지만, 전자파 문제에 대한 주민 반발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부평구는 주민과 함께하는 민관대책위원회, 한전을 포함한 지중선로협의회를 구성해 23차례의 공식 만남, 47회의 비공식적 업무협의 및 간담회를 통해 4년간의 갈등을 소통과 협치로 해결했다. 

또 다른 갈등 사례로 군부대 이전 문제다. 부평구 부개·일신동 지역으로 타 지역의 군부대 재배치가 결정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군부대 재배치는 국방부와 인천시가 기부대 양여사업으로 약속하고 진행하는 사업이다. 주민들은 언론을 통해 우리 동네에 군부대가 집적화된다는 사실에 민원을 제기하고 반발했다. 구는 정확한 정보제공과 사실에 근거한 현 상태를 주민에게 알리고, 주민 의견을 경청해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갈등관리전문가를 투입해 전국적으로 사례가 없는 ‘주민경청회’를 최초로 시도했으며, 총 14회의 주민경청회를 진행했다. 주민경청회는 소수의 주민과 두세 차례 진행하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이후 부평구민의 요구사항을 만들어 상부기관인 인천시와 국방부에 전달하며 예방적 차원의 갈등관리를 진행했다. 

주민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공공사업 반대가 아니라, 올바른 정보제공과 상호 의사소통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기존의 사업설명회가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는 ‘단방향적 소통’이었다면, 주민경청회는 정보제공과 더불어 ‘양방향 의사소통’이라는 새로운 소통의 모델로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현재 인천시의 다른 공공갈등 문제에도 적용하고 있어 앞으로 각광받는 갈등해결기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흔히 지자체에서 겪는 공사 반대 갈등 사례가 있다. 문화의 거리 연장조성 사업이 그것이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일환으로 노후된 하수관 교체, 전선지중화, 보도 확장공사를 진행하는 사업이다. 공교롭게도 사업진행 시기 주차장법 개정으로 노상주차장이 폐지되면서 상권쇠퇴 우려 의견이 제기됐고, 현 보행환경과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한 민원도 제기됐다. 민원 제기 주민과의 협의 끝에 상권활성화와 안전한 보행환경을 만들기 위한 공동체 소통회의를 진행했다. 타운홀 미팅과 시나리오워크숍을 결합한 형태의 회의였다. 주민과 학부모, 상인, 학교 관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통해 공통된 의견을 도출했다. 이 같은 소통 노력으로 갈등은 해소됐으며, 공공사업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행정기관의 사업 추진이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시대는 지났다. 시민의식 성장과 함께 보다 많은 정보를 원하는 주민, 자신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이해관계자 등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더욱 빠른 공공사업 추진의 지름길이다. 소통을 통한 사회적 신뢰가 축적될수록 갈등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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