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예전부터 소화가 잘 안 되는 편이다. 점심을 먹으면 적어도 저녁 때를 넘겨 최소 8시간은 지나야 소화가 된다. 해서 속이 늘 더부룩하다. 평소 아침은 넘긴다 치더라도 점심은 늘 해장한다고 한 사발, 저녁은 술상을 한 가득 차려 먹은 탓이겠다. 한밤중 야식은 덤이다. 주야장천 꺼∼억 꺼∼억 트림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듯싶다.

혹시나 소화 기능에 문제가 있나 싶어 국가건강검진에 맞춰 위·장 내시경을 하면 남들 다 가진 정도의 병명만 나온다.

그러던 중 얼마 전부터 속이 무척이나 거북했다. 음식은커녕 술 한잔도 마시기 싫을 정도였다. 약국에서 이런저런 소화제를 복용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한동안 끙끙 앓다 동네 병원에서 초음파를 했다.

쓸개에 돌이 있단다. 담석(膽石)이다. 돌이 커서 파쇄는 안 되고 잘라내야 한단다. 의사는 담석으로 극심한 소화불량이 발생되는 듯싶다고 진단했다.

몸에 칼을 댈지 말지 갈림길에 섰다. 만사 제쳐 두고 인터넷 후기 찾길 시작으로, 전문병원부터 대학병원까지 몇 날 며칠을 검색에 열을 올렸다. 본디 겁 많은 사내라 하나부터 열까지 두려움에 아직도 결정 못했다.

최근 민선8기 성남시 신상진호가 성남FC 매각과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논란에 휩싸였다. 전 정권들과 연관 있으면서 말 많은(?) 기관을 잘라내겠다는 얘기다.

한데, 칼을 들이대겠다면서 명확하지 않은 자가진단으로 예산 핑계만 댄다.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절차가 빠졌다. 의술로 치자면 오진이다. 이상 증세(질병)가 나타나면 등급별로 의료기관에서 진단·처방(약)과 수술(시술), 예후 관리가 이뤄진다. 행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추진계획(이상 증세), 전문가나 시민과 공청회나 포럼(진단·처방), 실행(수술), 사후 관리(예후)의 절차를 밟으면 된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처럼 각 분야별 전문가에게 맡기고 그에 따른 결과를 반영(지원)하면 된다. 설령 의사 출신 시장이라 해도 병원 행정(운영)은 잘 모를 테고 FC는 까막눈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기자 몸 하나도 결정이 쉽지 않은데, 여론 수렴 없이 쉽게 내뱉는 말이 94만 시민을 위한 행정인지 묻지 않을 도리가 없다.

‘쓸개 빠진 놈’(도시)으로 만들지 말고 쓸개를 절제할지, 담석을 파쇄할지, 이제라도 명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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