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진 = 연합뉴스
검찰. /사진 = 연합뉴스

2020년 6월 19일 인천지검은 A(43)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법정에 세웠다.

같은 해 4월 22일 A씨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별다른 조치 없이 도망치는, 이른바 뺑소니 교통사고를 내고도 시간이 흐른 뒤 경찰에 출석해 "내가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는 그해 8월 12일 열린 첫 공판에서 갑자기 "사실은 내가 아닌 지인 B씨가 운전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B(37)씨 뺑소니 사실을 숨겨 주려다 재판이 시작되자 덜컥 겁이 난 A씨는 진범을 지목했다.

증인신문 절차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B씨에게 다섯 차례나 출석요구를 했지만, B씨는 끝내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A씨 진술로 B씨가 진범임을 알았지만 검찰은 ‘검찰 수사권 제한’ 때문에 수사 개시조차 하지 못했다. 수사를 하고 싶어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하는 방법 말고는 딱히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이후 경찰은 지난해 2월 B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수사 결과를 검찰로 통보했다. 검찰은 수사 필요성을 설명하며 재차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같은 해 5월 경찰은 B씨를 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겠다고 했다. 뺑소니 사고가 발생한 지 이미 1년이 흐른 뒤였다.

검찰은 이후에도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렸고, 이 과정에서 판사가 인사이동하는 바람에 공소 유지 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직접 B씨가 있는 곳을 찾다가 다른 사건으로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도 시간은 흘렀고, 결국 검찰은 지난달 10일 개정된 시행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이 공표되면서 수사 개시가 가능해지자 B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무면허 상태에서 사고를 내고 달아난 사실을 확인하고 불구속 기소했다.

사고 발생일 기준으로 2년 5개월여가 지나고서야 검찰은 진범 B씨와 범인 도피를 도운 A씨를 기소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 취지에 따라 백해무익한 검경 수사 반복 같은 불필요한 절차가 이뤄지지 않도록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 국민 인권을 보호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엽 기자 yy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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