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고 해마저 짧아 제법 어둑해진 퇴근길. 무심코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별 하나 반짝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반갑다.

유독 비 소식이 잦고 무더웠던 여름을 지나 별 보기 좋은 청명한 계절이다. 홀로 반짝이는 별이 아닌 도시 불빛에 제 모습을 숨긴 별들을 보려고 의정부 추동공원 자락에 자리잡은 ‘의정부천문대’에 올랐다.

의정부천문대 주관측실.
의정부천문대 주관측실.

# 도심 속에 자리잡은 특별한 천문대

보통 천문대는 별이 잘 보이도록 도시 불빛을 피해 인적 드문 산마루에 자리잡는다. 의정부 천문대는 예외로 애써 도심에서 벗어나지 않은 경기북부청사 근처에 터를 잡았다. 편리한 교통을 내세워 시민들이 쉽게 찾도록 하려는 배려다.

덕분에 중고생들이 과학수업의 한 가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삼삼오오 천문대에 방문한다. 원래는 2007년 의정부과학도서관이 천문우주 특화도서관으로 개관하면서 도서관 3층에 천체망원경을 설치해 천체관측소를 운영했다. 그러나 도서관 인근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천문 관측이 불가능해지자 의정부시는 아파트 개발업자에게 천문대를 새로 지어 기부채납하게 했다.

현재는 독립된 천문대로 경기북부지역 과학문화를 확산하는 중심지로서 제구실을 다한다.

효자초등학교 정문에서 차로 2분 정도 언덕을 올라가면 의정부천문대에 다다른다. 천문대로 들어가기 전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검은 비석이 눈에 띈다. 조선 태조 4년(1395)에 처음 제작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전천천문도로, 세계 최초인 중국 천문도와 달리 별 1천467개를 밝기와 크기에 따라 다르게 새겨넣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제주에서 관측되는 ‘노인성’이 담겼다. 오래전부터 조상들이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정밀한 관측 역량을 갖췄다는 증거다.

김상희 의정부천문대 주무관은 이 비석 앞에서 방문객들에게 600년 전 한국 밤하늘을 설명한다. 김 주무관은 "현재 천문학은 미국과 유럽이 주름잡지만 옛날에는 동양 천문학이 수준 높은 전문성을 자랑했다. 이런 부분을 학생들에게 알려 자부심을 갖도록 노력한다. 천문대를 방문한 경험이 과학 관련 꿈으로 이어져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의정부천문대 2층에 위치한 아스트로관을 관람하는 초등학생들.
의정부천문대 2층에 위치한 아스트로관을 관람하는 초등학생들.

# 우주과학 흥미 키울 최첨단 시설

천문대는 지상 3층, 건축총면적 676.7㎡ 규모로 지었다.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천장에 반짝이는 별 모양 전등과 벽면에 그려진 천체망원경이 천문대에 방문했음을 실감케 한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가면 ‘아스트로관’과 ‘배움터’가 있다. 아스트로관은 영상미디어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우주과학이 어렵기만 한 딱딱한 정보로 전달되지 않도록 다채로운 체험·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글과 그림으로 한번쯤은 배운 천체망원경 원리와 달의 위상 변화, 태양계 행성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키고자 시각자료를 활용했다. 아울러 우주 내비게이터, 나만의 별자리 만들기 같은 체험 공간을 꾸며 방문객에게 지루할 틈 없이 우주에 대한 흥미를 높이도록 유도한다.

방문객들은 천체를 관측하기 전 같은 층에 있는 배움터에서 다양한 자료를 활용한 강의를 듣는다. ‘잘 알면 더 많이 보인다’는 취지로 강의를 진행하는데,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할 때 주의사항과 당일 관찰할 별자리를 설명해 교육 효과를 한껏 끌어올린다.

3층에는 200㎜ 굴절망원경을 갖춘 ‘주관측실’과 6개 소형망원경을 설치한 ‘보조관측실’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주관측실은 360도 회전하는 돔 형태 지붕 덕분에 다양한 각도에서 천체 관측이 가능하다. 주·보조관측실에서는 달은 물론 다양한 태양계 행성을 관측하는 상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태양을 관측하는 ‘주간천체관측’ 프로그램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진행한다. 망원경 속 흑점 필터가 맨눈으로 보기 힘든 태양빛을 줄여 관측이 가능하다. ‘야간천체관측’ 프로그램은 금·토요일 오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진행하는데, 주간 관측과 다르게 사전에 온라인으로 접수해야 한다.

별자리를 배우고 난 뒤 보조관측실로 자리를 옮겨 별과 달을 관측한다. 망원경 6개에 각각 날짜, 시간, 경도를 다르게 입력하면 자동으로 별을 찾아줘 다양한 별 관측이 가능하다. 다만, 주야간 관측 모두 계절에 따라 이용시간이 바뀌기도 하니 천문대 홈페이지에서 공지사항을 확인한 뒤 방문하면 헛걸음하는 일이 없다.

천문교실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해시계의 원리를 배웠다.
천문교실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해시계의 원리를 배웠다.

# 다양한 연령층 공략한 관측 프로그램

의정부천문대는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하는 천체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성인 커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달달데이’ 프로그램이 그 중 하나다.

달달데이는 주마다 수요일 오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연인·부부·친구, 그 밖에 19세 이상 성인 신청을 받아 진행한다. 야간 관측 전 배움터에서 천체교육을 듣고 커플 별자리 팔찌 만들기 체험을 진행해 방문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긴다.

지난달 달달데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지현(28·여)씨는 "다른 지역에 사는 남자친구가 의정부에 방문한 날 색다른 추억을 남기려고 온라인으로 예약한 뒤 의정부천문대를 찾았다. 운 좋게 날까지 좋아 달 표면 운석 구덩이와 밤하늘에 가득한 별도 봤다"고 자랑했다.

또 천문대에서는 연령별 특성 프로그램으로 ‘천문교실’, ‘단체 견학’, ‘진로 탐색’을 진행한다. 천문교실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학 때마다 기획한다. 8월 ‘여름에는 밤하늘을’을 주제로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 눈높이에 맞게 여름철 별자리를 설명하고 야간 천체 관측을 하는 일정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천문대가 워낙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다 보니 의정부뿐만 아니라 양주·포천·남양주를 비롯해 경기북부 각지에 사는 학생 100명이 2주간 모였다. 단체 견학은 만 4세 이상 미취학아동을 대상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단위로 신청받는다. 미취학아동 수준에 맞게 우주과학을 설명해 흥미와 호기심을 이끈다.

천문대로 견학 온 유치원생들이 부모와 야간 관측 프로그램으로 다시 한 번 방문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초·중·고등학생 대상인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직접 방문한다. 도심 속에 위치한 천문대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직업 탐색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자연과학 분야 직업 안내뿐만 아니라 태양계 행성 모형 만들기, 오늘 태양 모습 같은 내용을 진행한다.

의정부천문대 전경.
의정부천문대 전경.

# 비대면 예약 시스템

2019년 천문대를 옮긴 바로 뒤 코로나19가 유행했고 방역수칙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 거리 두기가 없어진 뒤 천문대 프로그램이 경기북부지역에서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더니 올해 8월 말 기준 3천500여 명이 천문대를 찾았다.

의정부천문대에서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보고 싶다면 온라인 예약은 필수다. 현장 접수가 가능한 주간천체관측을 빼고선 야간 운영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해야 한다.

천문대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예약은 월마다 20일 오후 2시부터 다음 달 신청이 시작된다. 만약 20일이 토·일·월요일과 공휴일이라면 그 다음 평일에 예약하면 된다.

지난달 20일, 10월 야간 관측 프로그램 예약에 성공한 정샘(37·여)씨는 "예약이 시작되는 오후 2시에 맞춰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서버가 멈춰 당황했다. 다행히 20분 뒤 예약에 성공했다. 별 보기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처럼 예약 경쟁이 치열한 야간 관측 프로그램. 천문대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되다 보니 간혹 예약에 성공해도 불참하는 경우가 생긴다.

김 주무관은 "천문대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많다. 예약 날 이틀 전까지 예약 취소가 가능하니 취소하거나 예약할 때 신중하게 결정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 천문 관측. 예약에 성공해도 별 관측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어렵게 방문한 천문대에서 별을 보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말자. 의정부천문대에는 그 아쉬움을 달랠 콘텐츠가 넘쳐난다. 또 소중한 이들과 별을 보겠다고 계획하고 기대한 그 시간들이 소중하다. 별을 못 본들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천문대를 찾아 행운을 잡으면 된다. 돌아오는 20일 천문대 예약에 도전해 보자. 별은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반짝일 테니까. 

이은채 인턴기자 chae@kihoilbo.co.kr

사진=<의정부천문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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