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순결

2003-06-30     기호일보
북한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혼사유의 첫 번째는 배우자의 부정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80년대 중반 외래사조가 유입되면서 이혼이 눈에 띄기 시작하다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된 90년대 중반 들어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때의 식량난이 북한 여성들의 자의식을 싹트게 하면서 혼전문제나 이혼율의 증가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 북한이 금기시했던 혼전문제는 2~3년 전부터 TV드라마와 문예물에 등장하면서 북한사회의 달라진 성 풍속도를 읽게 한다. 이 가운데 김용환이 쓴 `청춘의 시작과 끝은 언제'라는 유명한 소설이 있는데 계모 밑에서 자란 여주인공의 개방적인 생활을 그린 작품으로 내용 중에 혼전관계로 출산한 동료를 두고 `그 동무는 속도위반을 했답니다' 등의 비아냥 거리는 대목이 여러차례 나온다. 그만큼 북한사람들에게도 혼전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는다는 반증인 셈이다. 하물며 여성의 사회활동이 다양해지고 급속도의 가치관 변화에 익숙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혼전순결이란 캐캐묵은 논란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엊그제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미국 전역의 미혼 여성들이 혼전순결 지키기 운동을 펼치기 위해 모였다. 마침 이곳에서 제7차 전국 혼전금욕 정보센터회의가 열린 관계로 1천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전단을 나눠주며 캠페인을 벌였다고 한다. 왜 하필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참가자들은 `죄악의 도시인 이 곳만큼 캠페인 장소로 적당한 곳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침입 금지'라는 붉은 표시가 있는 속옷을 비롯해 다양한 금욕 상품들을 전시하며 무엇보다 이 운동이 10대 청소년들에게 아주 중요한 메시지로 전달되길 바랬다. 실제로 이같은 여파에서인지 미국에서 혼전순결 지키기 운동은 계속해서 확산돼 최근까지 100만명이 넘는 10대와 학생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질병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결혼전까지 순결을 지킬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면서 이 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래서 혼전문제가 해묵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이처럼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