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원기범 아나운서

2013-01-30     기호일보

 얼마 전에 어느 독자가 대중연설 시에 시선처리에 대해 이메일로 문의해 왔습니다. “(전략) 그렇게 큰 행사는 아니었지만 스피치 경험이 별로 없었던 터라 저에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자리였습니다. 5분 정도 간단하게 인사말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연설의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만 특별히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가 제일 어렵더군요. 인사말을 마치고 내려와 보니 왜 죄지은 사람처럼 아래만 쳐다보느냐고 핀잔을 많이 들었습니다. 대중 연설할 때 시선 처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후략)”
스피치를 할 때 어디에 시선을 두느냐 하는 것은 내용 전달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서양에서는 상대편과 대화를 하면서 시선을 마주치는 것(EYE CONTACT)을 예의바르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피하는 것은 부정직하기 때문이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그와 반대되는 인식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왠지 도전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무례해 보이기도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시선을 너무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면 무언가 숨기려고 하거나 자신감 없는 사람이라고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균형 잡힌 시선처리일까요? 기본적으로 청중들과 시선을 마주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청중 모두와 각각 골고루 눈을 마주치겠다고 생각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을 지나치게 오래 쳐다보거나 그와는 반대로 특정한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은 연설 내용과 상관없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우려가 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언젠가 말씀드린 것처럼 소통에 언어적 요소(30%)보다 비언어적 요소(70%)가 끼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시선을 마주치면 청중들은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 스피치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청중들이 수백 명 이상 되는 자리라면 일일이 시선을 마주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청중들이 앉아 있는 자리를 몇 개의 섹터로 나누어 섹터 별로 시선을 분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전후좌우를 잘 고려해 시선을 나누어야 합니다. 시선을 옮길 때는 가능한 한 여유롭게 천천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빨리 시선을 옮기면 두리번거리게 되어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원고가 있는 경우라면 원고 보랴 시선 옮기랴 정신없을 것입니다만 그럼에도 의식적으로라도 시선 분배는 꼭 필요합니다.
시선처리에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엄숙한 자리가 아니라면 일부러라도 미소를 지으며 시선교환을 하라는 것입니다. 얼굴 전체가 웃지는 않더라도 눈가에 미소만이라도 지을 수 있습니다. 굳이 미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따뜻한(친근한) 시선으로 함께 한다면 기대 이상의 스피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단 둘이 대화할 때는 이러한 시선처리가 더 중요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과 이야기가 잘 통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여러분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겠지요. 잘 들어주는 사람의 표정은 어떨까요? 모르긴 해도 아마 인상을 쓰고 이야기를 듣는다든가 혹은 무표정하게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털어 놓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대중 연설이든 사적인 대화든 마찬가지입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니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전달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선은 적당히 마주치되 부드러운 눈빛으로 한다면 여러분은 스피치의 전문가, 대화의 달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거울을 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분배하는 연습을 해보기 바랍니다.

 (※ 원기범 아나운서의 ‘세·바·스·찬’은 ‘세상을 바꾸는 스피치 찬스’입니다. -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