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만 바꾸어도…

원기범 아나운서

2014-01-08     기호일보

 현대경영학을 창시하고 체계적으로 수립한 피터 드러커(1909~2005)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60%는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생겨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세계 유수의 대학교에서 강의하면서 기업경영을 통해 경제적 성과의 달성을 높이는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주로 다루었고 실제로 GM(General Motors)의 컨설턴트를 맡기도 했었기 때문에 실제 경영 현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이렇게 진단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다시 말해 소통만 잘 되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문제가 무려 절반이 넘는다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통계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서로 대화로 잘 소통이 된다면 참 좋을 텐데 이런 저런 이유로 이해의 물길이 막히게 되어 결국에는 큰 문제가 되어버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 가운데 ‘표현의 오류’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표현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특정한 유형의 표현들이 걸림돌이 되어 대화를 엇나가게 하는 것을 이릅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의 인간관계가 대화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서 ‘의미의 협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나와 친한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한 말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한 말은 해석을 하는 데 큰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말들은 그 표현 자체가 대화의 걸림돌이 되어 관계를 점점 더 나쁘게 만들기도 합니다. 걸림돌이 되는 대화의 첫 번째 유형으로는 ‘경고(警告)형 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명령이나 강요·경고·위협 같은 것이 포함되는데 사람이 말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명령문을 사용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언어철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말은 사람들이 수행하는 행동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기 책상이 있네.”하는 서술문은 자기 생각을 나타낼 뿐이지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은 없습니다.

 반면에 “이게 뭐예요?”하는 의문문은 상대방한테 대답을 요구하고 있고, “이 책상 좀 치우세요.”하는 명령문은 자기는 말만 하지만 상대방은 몸을 움직여 다른 일을 하도록 시키는 것이지요.

이렇게 명령을 하거나 강요를 하는 말, 혹은 경고를 하거나 위협을 하는 말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이고 말하는 사람이 나이나 경험 같은 면에서 훨씬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킬 수 있고, 반항심을 일으키거나 공포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럴 경우 상대방이 일차적으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반응은 ‘반발’입니다. 이것은 경고나 위협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자신의 언어 습관 가운데 ‘명령’이나 ‘강요’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면 인간관계에서 자신에게 반발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시면 과히 틀리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관계일 때 경고형 화법(명령·강요·위협 등)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와 나누는 대화의 약 90%가 명령형이라고 합니다.

“빨리 일어나.”. “밥 먹어.”.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학교 가야지.”, “게임 좀 그만 해”, “학원 갔다 와”, “그만 자라” 등. 이런 명령문을 많이 사용하다 보면 일차적으로 반발하게 되니까 자녀와의 대화가 엇나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당연히 관계도 나빠지게 되겠지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이거 해.”, “이거 안하면 혼난다.” 등과 같은 경고형 표현은 피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꾸물거리지 말고 학교 가야지.”하는 표현보다는 “어~ 우리 OO(자녀 이름) 학교 갈 시간이네.”하는 서술문이나 “학교에 빨리 가야 하지 않을까?”하는 의문문으로 바꾸어 말하면 더 부드러운 표현이 됩니다.

그리고 “이거 해.”보다는 “이거 좀 해줄 수 있니?” 혹은 “이것 좀 해주면 좋겠다.”와 같이 부탁이나 요청의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꼭 기억해두십시오.

경고형 대화는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명령 대신 요청이나 부탁으로 바꾸어 말합시다.

표현만 조금 바꾸어도 훨씬 더 효과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여러분의 평소 대화 습관이 혹시 경고형 대화 유형은 아닌지 생각해보고 고칠 부분은 없는지 찾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