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문제

2015-02-04     조병국 기자

1970년대 초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서울지역 각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우유를 먹였다. 50대 후반 독자들은 작은 유리병에 담긴 S우유를 기억할 게다. 국내 낙농업계의 발전과 국민, 특히 어린이 건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반강제적 조치에 따른 것이었다.

사실 그 시절 어려운 경제 형편 때문에 집에서조차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학교에서 나오는 우유 한 병은 대단한 먹거리였고 엄청나게 신 나는 즐길거리였다.

이후 우리나라에는 부지기수로 낙농가가 늘어났고 낙농산업은 빠르게 발전한 가운데 지난 2003년에는 우리 국민의 1인당 우유 소비량이 38.2㎏으로 최고의 번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우유 소비량은 해마다 줄면서 급기야 2013년 말 기준 33.5㎏으로 10년 만에 12.3%나 크게 줄었고, 우유를 저장용으로 가공한 탈지분유 재고량은 2014년 말 기준 1만8천484t으로 전년 말 7천328t보다 무려 2.5배나 늘었다.

업계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소비자들이 우유를 사지 않으면 결국 우유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낙농업계와 우유업계가 우유 과잉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젖소 5천400마리를 도축 중이라는 사실이 일부 언론과 인터넷 포털에 회자되자 소비자들은 “우유 가격이 너무 비싸서 끊었다”, “비싸서 안 먹는 건데 소는 왜 잡나?”, “가격만 내리면 지금이라도 슈퍼로 뛰어가죠”는 냉담한 반응뿐이다.

그런데 우유업계는 비록 수요는 줄었지만 국내 시장의 특성성을 들며 올해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원유(原乳·젖소에서 갓 짜낸 우유) 가격은 세계 모든 나라에서 대부분 낙농가와 우유업체들이 2년에 한 번씩 합의를 통해 생산비에 적정한 이윤을 부치는 방식으로 결정하고 있다.

시장논리로 살펴보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으면 자연히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원가와 마진이 보장되는 구조에서는 결코 우유 가격이 떨어질 수 없다.

우리나라 낙농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외국보다 3배 정도 높은 우유 가격(치즈는 최대 5배)은 반드시 낮춰야만 한다. 지금처럼 젖소를 무조건 도축하는 양상은 또다시 공급 부족을 야기시켜 거꾸로 우유 가격 폭등 사태를 초래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