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쓰레기 제로화로 가는 희망터가 돼야

김학주(한국폐기물협회 회장)

2015-09-13     기호일보

▲ 김학주(한국폐기물협회 회장)
"난지도 쓰레기 산 위로 쏟아져 내리는 불볕은 저주였다. 그 산에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 썩어 가는 일과 썩어 가는 냄새뿐이었다."

 정연희의 소설 「난지도」는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에게 쓰레기 매립지는 이런 느낌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서울시 매립지로 사용되었던 잠실과 장안동, 상계동이 쓰레기로 꽉 차게 되자 서울시는 시 외곽지대의 교통이 편리한 난지도를 매립지로 선택한 후 1978년부터 매립을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위생매립의 개념을 천명했다고는 하지만 서울시 전역에서 들어오는 쓰레기를 묻기만 했을 뿐 우리가 아는 위생매립은 없었다. 쓰레기 매립이 시작된 이후 붙여지는 난지도의 새로운 별명은 삼다도였다. 먼지, 악취, 파리가 많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1992년 난지도 매립장은 폐쇄되고 수도권매립지에서 매립이 시작되었다. 제대로 된 위생매립이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시작되었다.

 불볕의 저주 속에 썩어가는 일 뿐인 공간으로 방치된 매립지가 공학기술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수도권매립지는 우리나라 위생매립지의 시작이었고 국내 매립기술 발전을 이끌어가는 견인차였다. 단순처리 개념의 매립을 넘어서 전처리 기술의 도입, 매립가스 포집 및 발전 등 복합적이고 다양한 실험과 선진기술의 도입, 확산의 중심이었다.

 산업화의 우울한 죽음의 표상일 수밖에 없는 매립지가 그나마 생명의 표정을 얻게 된 것 또한 수도권매립지의 공로이다. 수도권매립지는 매년 수도권 전역에서 발생하는 350만 톤의 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매립지일 뿐만 아니라 위생매립지로는 세계 최대면적을 자랑하고 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침출수 처리 및 매립가스 관리, 주변 환경관리 등 매립지 운영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있고 매년 45억 원(2014년 기준)에 달하는 R&D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국가 직접관리, 규모의 경제에 맞는 투자여건, 우수한 인력이라는 삼박자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매립지는 매년 기술발표회를 통해 국내 환경관련 중소기업과 매립지 관계자들과 기술교류 및 기술전파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료로 매립지 기술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21건에 불과하던 기술지원 사업은 2013년 25건, 2014년 26건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가 환경관리 및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도권 2천만 인구가 배출하는 쓰레기의 최종 종착지라는 부담감 외에도 주변지역 간접영향권에 2만 명의 주민이 밀집하여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립지 입지로서는 좋지 않은 조건이 오히려 매립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동력이 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립지는 여전히 혐오시설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변지역 주민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고통과 불만에 대해서 공감한다. 환경부와 수도권 3개 광역지자체 합의를 통해 수도권매립지의 사용기간은 2016년 이후 가까스로 10년이 늘어났다. 앞으로 10년 동안 매립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벼랑 끝에서 한 발을 내딛는 심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수도권매립지가 지난 20년 동안 국내 폐기물관리 선진화에 기여한 공로가 이 과정에서 폄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폐기물관리 혁신의 견인차 역할 또한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축적된 노하우가 앞으로도 계속 국내 매립지 기술의 발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수도권 매립지에 상생의 지혜가 흘러 넘쳐 희망의 꽃이 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