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와 바람

한동식 정치부장

2016-11-29     기호일보

▲ 한동식 정치부장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더 아름답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게 동화다. 동화의 거의 모든 내용은 권선징악이다. 착하게 살면서 남을 돕는 사람은 언제나 보상을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벌을 받거나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들었던 옛날이야기나 동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혜 또는 삶의 원칙을 만들어줬던 토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내용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슬프고 괴로운 전혀 다른 결말로 바뀐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한때 ‘잔혹동화’라는 작품들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권선징악을 바탕으로 흐뭇한 결말을 내는 것이 아닌 뭔가 비틀리고 섬뜩하게 끝을 맺는 또 다른 동화장르를 잔혹동화라고 한다.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은 결말이 섬뜩하다. 제목만 들어도 ‘아! 그 동화’ 할 정도로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세상 최고의 재봉사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허영심 많은 왕에게 특별한 옷을 지어주겠다고 하면서 시작된다. 그 특별한 옷이라는 게 ‘바보에게는 보이지 않는 세상에 단 한 벌뿐인 신기한 옷’이라고 한다. 어이없는 제안이지만 왕은 그들에게 옷을 만들게 한다. 허영심 많은 왕은 특별한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고 싶어 했고, 결국에는 있지도 않은 옷을 입은 채 벌거벗고 거리를 행진한다. 행진이 시작되고 얼마 후 한 아이가 "왕이 벌거벗었다"라고 외치면서 산통은 깨진다. 그제야 침묵했던 어른들도 왕에게 손가락질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정상적인 결말이라면 왕은 자신이 벌거벗은 사실을 알고 부끄러워 서둘러 왕궁으로 돌아간 것으로 끝을 맺어야 한다. 하지만 잔혹동화에서는 안타깝게도 왕 자신이 벌거벗은 것을 알았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렬을 이어가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신하와 원로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왕의 뒤를 따라 행진을 계속한다. 무서운 결말이다. 임금이 잘못된 결정을 하는데도 측근에 있는 신하와 원로들은 눈과 귀를 닫아버리고 왕의 뒤만 쫓는다. 허영과 자만 그리고 백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통의 정치가 만들어내는 결말은 늘 그랬듯 파국이다. 결말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잔혹동화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나타날까 두렵지만 이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현실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온 국민의 하야요구에도 끄떡 않는 피의자 신분의 박근혜 대통령을 빗대려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뜻있는 논객들이 대통령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대통령의 행태를 지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통령이 아니라 인천걱정 좀 해보려고 한다. 요즘 인천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걱정은 인천 전체라기보다는 시정을 이끄는 유정복 시장에게 향하는 것 같다. 사실 되는 게 없다. 1년 8개월 동안이나 공들였던 검단스마트시티는 무산됐고, 나머지 투자유치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호기 있게 시도한 버스개편과 맞물린 도시철도2호선은 개통 초기부터 온갖 사고와 악재에 시민 불만은 하늘을 찌르는 것 같다. 버스 역시 시민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이다. 10년 만에 바꾸는 도시브랜드(BI)는 시작부터 상처투성이다. 인천가치재창조를 시정핵심으로 내세우더니 지역성은 물론 정체성도 모호한 ‘올 웨이즈 인천’이라는 BI를 내놨다. 국내가 아닌 뉴욕과 시드니, 바르셀로나 등의 세계도시와 경쟁하겠다고 하더니 광역단체도 아닌 강원도 태백 등 국내 기초단체와 유사한 BI를 내놔 논란이 되고 있다. 이어진 표절과 재탕 논란으로 인천의 자존심은 만신창이가 됐다. 이처럼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시장은 침묵하고 있다. 잘못됐거나 중단된 사업들에 대해 시민들에게 진심어리고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다. 시민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는 정치적 생채기가 아니라 시민과 소통하는 또 다른 방법임을 잊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시장이 잘못된 결정을 하고 있음에도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닌지, 또 측근이라는 사람들은 시장이 잘못된 결정을 할 때 욕먹기 싫어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제 남은 임기는 1년 6개월 정도다. 짧지 않은 기간이지만 시장이 더 낮은 자세로 시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좋겠다. 그리고 유정복 시장이 추진하는 인천의 많은 사업들이 동화 같은 아름다운 결말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