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바이오 분야 강화 ‘한국 대표 대학’으로 도약"

‘취임 1년’ 조동성 인천대 총장

2017-07-18     한동식 기자

"대한민국에서 국립법인대학은 서울대학교와 인천대학교 단 둘뿐입니다. 서울대를 뛰어넘을 수는 없지만 서울대를 자극하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그동안 배워 왔고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할 것이고, 성공에 대한 확신도 있습니다."

 취임 1년째를 맞는 조동성 인천대 총장은 늘 자신감이 넘친다. 확신에 찬 열정적인 모습에서 70대라는 나이는 의미가 없다.

 세계적 경영학자인 그가 화수분처럼 쉼 없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혁신적인 경영 전략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나타난다. 그의 열정은 삼류로 평가됐던 인천대의 위상을 일류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난 1년간 조 총장이 어떤 구상으로 대학을 운영했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자.

"4년 동안의 임기를 한 호흡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Plan Do See’처럼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평가하는 사이클로 첫 1년은 계획하고, 다음 2년은 실천하고 남은 1년은 다음 총장에게 바통을 잘 넘기는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지난 1년은 내게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많은 것을 실천하고 제시한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조 총장이 지난 1년 추진했던 일들을 돌아보면 40년 남짓한 인천대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페이지가 될 것이라는 게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인천대를 ‘문화·예술·스포츠 중심대학’으로, 또 ‘바이오 특화대학’으로 성장시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그의 야심찬 프로젝트다. 또 대학 서열화를 깨뜨릴 수 있는 수도권 32개 대학 간 학점 공유를 통한 복수전공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조 총장이 부임한 후 마련한 28개 프로젝트 중 계획을 세우고 액션에 들어간 첫 프로그램이 7월 1일 인천대를 포함해 인천 지역 곳곳에서 진행한 ‘제1회 인천뮤직페스티벌’이다. 그가 진행한 음악회는 크게 3가지 목적이 숨어 있다.

 "인천대 학생들이 이제는 문화·예술·스포츠로 통하는 ‘지덕체(智德體)’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천대는 체육은 강한데 문화와 예술이 약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을 통해 문화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자 했습니다." 인천대 학생들의 음악적 감수성을 자극하겠다는 게 그의 첫 번째 목적이다.

두 번째 목적은 인천시민에 대한 보답이다. "인천대는 인천에 기반을 둔 인천의 대학입니다. 국립대학이라도 ‘인천을 위한, 인천에 의한, 인천의 대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인천은 광주와 더불어 예향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예향이라는 말이 사라졌지만 블랙홀 같은 서울이 가까이 있다는 점 때문이지 인천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제 인천은 300만 도시로 더 이상 위성도시가 아닌 도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하고, 품격 있는 세계 최고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조 총장은 세계 최고 음악대학인 예일대의 피아노 교수 겸 학장이자 세계적인 콘서트 피아니스트인 로버트 블로커 학장을 초빙했다.

 특히 9월 18일에는 어마어마한 음악천재들이 인천에 모인다.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다비드 프레이’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앙상블로 꼽히는 ‘세종 솔로이스트’가 나선다. 백악관과 유엔에서 단골로 초청되는 세종 솔로이스트는 한국의 강효 교수가 총감독이다. 세계 최고 음대로 꼽히는 줄리아드음대와 예일대 음대에서 동시에 바이올린 교수로 재직하는 유일한 교수로 꼽힌다. 사라 장의 스승이기도 하다.

 조 총장의 3번째 목적은 인천대에 음대를 신설하는 것이다. 무슨 거창한 일이냐고 웃어넘길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가 숨어 있다.

 "인천은 국내 세 번째 도시이고 곧 두 번째가 되는데 음대가 없습니다. 창피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음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대와 맞먹는 대학이 되려면 인천대는 음대를 포함해 국내에서 문화·예술·스포츠를 대표하는 대학이 돼야 합니다."

 그의 구상은 이렇다. 대한민국에서 각 분야 최고 대학을 꼽는다면 서울대는 단연 인문사회 계열에서 국내 최고다. 자연공학은 이미 서울대에서 카이스트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스포츠를 대표하는 대학은 국내에 아직 없다는 게 조 총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인천대가 먼저 치고 나가자는 구상이다. 인천대가 문화·예술·스포츠로 치고 나가 국내 최고의 대학이 된다면 인문사회의 서울대, 자연공학의 카이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대 대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효 교수를 인천대 교수로 모셔 오겠다는 카드를 내놓는다. 그가 인천대에 오면 전 세계 학생들이 줄을 서서 인천대로 몰려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조 총장이 부임 후 실행한 거대 프로젝트는 인천대를 ‘바이오 종합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일 미국 UC버클리대 김성호 명예교수 등 5명의 해외 석학을 영입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김 교수는 1988년 암 유발 유전자인 라스(Ras) 구조를 밝혀 냈고, 세계 최초로 암호화된 유전체(게놈) 정보를 번역해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계 과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 교수 외에도 유전체 연구 권위자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섭 박사와 ‘국경없는의사회’ 대표를 지낸 우니 카루나카라 예일대 연구교수 등이 초빙돼 향후 인천대에서 질병 예측과 신약 개발, 치료 등 분야에 적용할 기술 연구를 수행한다.

조 총장은 사실 국내에서 바이오 분야를 가장 먼저 접한 학자 중 한 명이다. 서울대 경영대학장 재직 당시 한국바이오벤처협회 고문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바이오콘퍼런스에 참가한 것이 바이오를 받아들인 계기다.

 그는 그곳에서 충격적인 상황들을 목격한다. 콘퍼런스에는 대부분 기계공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참여했는데, 70m를 점프하는 메뚜기 다리를 놓고 기계학적 곤충의 구조에 대해 토론했다. 또 한쪽에서는 반도체를 대체할 차세대 입력장치로 두뇌조직을 활용한 아바타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이미 10년, 20년 이후의 세상을 놓고 벌이는 이들의 토론에 충격을 받은 조 총장은 대학으로 돌아와 7개 단과대학장을 모아 놓고 바이오시대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산업경영자들에게 바이오를 가르치는 바이오 CEO과정을 개설한다. 지금은 서울대에 개설된 70여 개 과정 중 랭킹 1위로 백을 쓰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과정이 됐다고 귀띔한다.

 국제백신연구소 3대 후원회장이기도 한 조 총장은 지난해 10월 인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이오콘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맡기도 했다. 그가 한 발표는 바이오가 산업기술에서 세상을 바꾸는 기반기술로 곧 자리잡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자신의 유전자의 80%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가슴을 절제한 것이 그 예다.

 따라서 조 총장이 생각하는 바이오 종합대학은 단순한 의학이나 산업기술로서의 바이오가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 문화, 예능까지 모든 부분을 총체적으로 연계해 세상을 바꾸는 기반산업으로의 바이오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바이오 연구중심대학이다. 문화예술 분야와 함께 바이오 연구 중심대학으로도 서울대와 맞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조 총장의 또 하나의 획기적인 프로젝트는 대학 간 학점 공유를 통해 2개 대학에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경인지역총장협의회장인 조 총장은 수도권 32개 대학을 하나로 묶어 4년 동안 2개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대학 간 복수학위는 지난 5월 2일 교육부에서 허용했다. 이를 통해 대학 간 서열을 파괴하고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게 조 총장의 생각이다.

 "제가 하는 일은 대한민국을 통해서는 실험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그동안 배워 왔고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인천대가 당장 서울대와 견줄 수는 없을지 몰라도 우리의 실천이 계속 이어지고 성공하면 그 시기는 그리 오래지 않을 것입니다. 확신합니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