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구 ‘인권조례 후퇴’ 움직임에 인권위 "옳지 않다"

구의회, 일부 종교단체 "동성애 조장" 압력에 조례 개정 검토 중 질의 인권위 "성소수자 인권 침해 막아야"… 구 "의원들 충분히 검토할 것"

2017-08-22     이병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자체의 인권조례 후퇴를 차단하고 나섰다.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인권조례를 운영 중인 남구에서 최근 인권조례 개정 움직임이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22일 인천시 남구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인천시 남구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조례는 인권이 존중되는 지역사회를 실천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인권 보장 및 증진 기본계획 수립과 인권센터 설치·운영, 인권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구의회 내부에서 종교단체의 압력으로 인권조례 개정이 검토되면서 문제가 됐다. 구 인권조례에는 인권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인권을 말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종교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동성애를 조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구는 이달 초 인권위에 인권조례 개정과 관련해 질의했다. 인권위는 옳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최근 구에 회신한 공문을 통해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인간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기본적 인권에 해당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성적(性的) 지향 및 성별(性別)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로 성소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권조례에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인권조례를 개정 또는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현재 인천 지역 10개 군·구 중 유일하게 남구에서만 인권조례가 제정됐다. 인천시도 최근 인권조례를 제정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관계자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성적소수자에 대한 찬반을 떠나 인간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기본적 인권"이라며 "지자체에서 제정하는 인권조례는 성소수자를 포함해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구 관계자는 "인권위에서 받은 내용을 구의회에 전달했고, 의원들도 충분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안께 남구 인권센터 설립을 위한 큰 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