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벗어나면 "어디 가느냐" 과잉 방역 사생활 침해 논란

돼지열병 확산… 안성시 모든 농가에 초소 설치

2019-09-25     김진태 기자
안성시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일죽면 양돈농가 앞에 초소를 설치하고 파견된 공무원들이 출입하는 차량과 농장주의 이동경로 등을 파악하고 있다. 김재구 기자

안성시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 내 모든 양돈농가에 초소를 설치하고, 공무원을 파견해 농장주의 구체적인 동선 등을 기록하고 있어 ‘인권침해성 행정조치’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시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열흘 만에 5번째 확진 농가가 발생하는 등 확산일로에 접어들자 시는 지역 167개 농가에 공무원 167명 파견을 결정했다.

현재 시에는 양돈농가 167개소에서 35만 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사육 두수 기준 경기도내의 12%에 해당한다.

시는 초소를 양돈농가 주변 15∼20m 앞에 설치한 뒤 파견된 공무원들에게는 농가 자체 소독을 독려하고, 돼지나 분뇨의 이동 제한 및 차량 통제와 함께 농장주의 이동 동선에 대해서도 철저한 파악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 일부 농장주들은 ‘감시를 받는 것 같다’며 지나친 행정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주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으로 살처분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확진 농가를 대상으로 해외여행 여부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

이날 농가 주변에 배치된 공무원은 초소 주변에서 방역복을 착용한 채 농장 주변 및 농장을 출입하는 차량의 목적지, 출발지, 방문 이유와 농장주의 이동경로, 시간, 목적지 등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한 양돈 농장주는 "농장 앞 공무원들에게서 ‘어디 가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감시당하는 것 같아 매우 불쾌하다"며 "올해 초 안성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한우농가에는 이런 조치를 한 적이 없었는데 너무 과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대부분 농장주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될까 두려워 농장 안에서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가 농가를 위해 시행하는 행정조치인 것은 알고 있으나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추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나오면 역학조사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시행하는 조치"라고 해명했다.

안성=김진태 기자 kjt@kihoilbo.co.kr

김재구 기자 kjg@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