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가르쳤으면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 회장/전 인천시 교육위원회의장

2019-10-16     기호일보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 회장

살면서 마주하던 주민이 이사 가는 이삿짐을 보면 왠지 서글퍼지며, 왜 이사를 갈까 하고 가끔은 궁금해 진다. 그래도 낯익은 주민에게 물어보면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고, 또는 어쩔 수 없이 분양 받은 집을 팔 수 없어서 간다고 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어릴 때처럼 직장을 따라 멀리 이사 가는 이삿짐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가 사는 곳이 한때는 인천지역에서 새로이 뜨는 신도시로 다른 주변지역보다 학교도 제대로 갖춰져서 유치원과 초·중·고별 학교가 있고 또한 교통 여건도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점차 이런저런 이유로 이사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주민 연령도 높아지고 바쁜 낮 시간대에도 며칠씩 세워두는 승용차도 많아지고 있다. 아파트 상가도 예전에는 병원도 있고 약국도 있었으나 이젠 작은 편의점 하나에 난립한 치킨집 그리고 영세한 소규모 학원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있던 태권도장은 타 아파트 단지로 이사 가고, 명맥을 잇던 지하 여성 목욕탕도 주인이 몇 번 바뀌고 번듯한 이발소 없이 허름한 미용실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끔 젊은 학부모가 푸념처럼 ‘주변에 마음 편하게 아이들 보낼 수 있는 학원 등 사교육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하면서 가까운 지역인 송도 신도시로 신학기가 되면 많이 떠난다. 더욱이 요즘 그런대로 경기가 좋은 직업에 종사하는 젊은 학부모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졸업에 맞춰 서울로 이사 가는 경우도 많이 보았고, 일부는 외국에 국제학교나 현지 학교로 보내는 경우도 보게 된다.

어느 시대나 부모가 자녀 교육에 한 가정의 모든 것을 걸고 집중하는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고 더욱이 평등 교육을 펼치겠다는 공산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예나 지금이나 사회 지도층이나 사회적 강자인 부자들은 공교육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때그때 사회가 필요로 하는 그들의 자녀 공부를 사교육에 맡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 대다수의 국민은 여전히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육 정책 부재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해마다 바뀌는 교육 정책에 치이며 자꾸 늘어나는 학생들 학력(학습 능력)저하는 무너진 공교육 기관인 학교를 떠나서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게 한다.

일부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교육 기관인 학원이나 고액 교습을 받는 사교육 시장으로 혹은 외국으로 조기 유학을 결심하는 것은 자녀들 학력에 불안한 학모가 갖는 교육 고통으로, 현재 GNP 대비 교육비는 일본이나 독일보다 높다고 한다. 대학 진학률도 세계 2위로 높다. 그런데 학생 교육을 위한 교수 학습에서 교육시스템의 질적 수준은 세계에서 75위라고 하며 심지어 중국보다 뒤떨어진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누리는 물적 풍요는 천연자원보다 인적 자원 개발에 집중한 결과로, 한강의 기적이라는 놀라운 성장은 바로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주변의 초강대국인 중국, 러시아, 미국 그리고 일본과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글로벌시대에 제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갈 수 있는 국가를 이루기 위해 창의적 인재육성은 시대적 사명이다.

학교별 자율성을 확대하고 교육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학교 현장에서부터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습능력이 앞선 학생이 더 잘하게 하고 뒤떨어진 학생이 용기를 잃지 않고 함께 가도록 하는 교육이 진짜 학교 교육이고 학교 현장에서 진정한 스승이 있을 수 있다. 열악한 가정 환경으로 사교육이 없어도 제대로 된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미래 세대의 꿈이 가정 환경에 가로 막히지 않도록 하려면 학교 교육에서 국가가 기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치열한 국제 경쟁시대에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해 사회에서 좌절하고 힘겨워한다면 국가의 책임 포기로 이는 헌법 제31조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를 저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