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화시설 위탁 공공성 강화 딜레마

시, 기존 수의계약→ 공모제 전환 지역 내 운영 나설 단체 많지 않아 예총서 단독 접수 땐 쇄신 불가능 외부기관 참여 등 과감한 조치 필요

2019-11-04     홍봄 기자
인천예총 전경.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시가 한국예술문화단체 인천시연합회(인천예총)에 문화예술시설을 위탁해 온 관행에 칼을 빼 들었으나 실효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4일 시에 따르면 오는 15일까지 인천수봉문화회관과 국악회관, 문학시어터 등에 대해 민간위탁법인(단체)을 모집공고하고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시는 1982년 개관한 인천수봉문화회관과 2002년 문을 연 국악회관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인천예총에 위탁해 왔지만 이번에는 시설별로 각각 운영단체를 모집하기로 했다. 인천예총이 관례적으로 맡아 온 시립문화예술시설에서 보조금 유용을 비롯한 위탁상 문제<본보 10월 16일자 19면 보도>가 수사와 감사 등을 통해 지적됐기 때문이다.

시설마다 공개적으로 위탁법인 모집에 들어가면서 우선 타 단체가 위탁을 신청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문제는 지역에서 이 시설을 수탁할 만한 단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총면적 3천895㎡의 수봉문화회관은 예총사무처는 물론 예총 소속 단체가 층마다 입주해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예총 건물처럼 쓰이는 이 공간을 맡을 법인이나 단체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미추홀문화회관 위탁법인을 모집했을 때도 인천예총만 단독 신청해 다시 위탁을 받은 전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시가 공고에 명시한 신청 자격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청 자격에는 ‘최근 5년 이내 보조금 지원 관련 법령을 위반한 법인·단체’를 결격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신청 단체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는 ‘접수까지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조금에 관한 페널티는 복수의 단체가 신청했을 때 효과가 있고, 인천예총이 단독 접수했을 때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례를 깨기 위한 조치가 또 다른 위탁의 명분이 되는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잘못된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천 내부에서 쇄신이 어렵다면 위탁법인이나 단체의 자격을 확대하거나 시 산하기관 등으로 운영을 맡기는 방안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는 이달 내로 민간위탁적격자 심사위원회 심사를 완료하고 남은 계약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수십 년간 수의계약을 하던 것을 이번에 공모로 바꿨기 때문에 접수를 받아 봐야 한다"며 "단체 자격을 외부로 넓히거나 직영을 하면 고용 승계나 운영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