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북한의 대내외 정책 전망(3)’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2020-02-02     기호일보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2020년도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항 중 하나인 ‘북한 비핵화문제’를 전망해 본다면, 그 전도(前途)가 그리 밝게만은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2019년말을 대미관계 개선의 시한(時限)으로 이미 공언한 바 있던 북한이 그 기한이 경과하고도 한참이나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으나, 최근에 들어서는 인공위성을 통해 중장거리 미사일발사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해 미국으로부터 ‘기대한 만큼의 응답이나 선물(?)’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북한이 "우리는 결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행태를 감안해 볼 때, 지난 2017년 11월의 ‘화성 15호’ 발사이후 한동안 유예하여 왔던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등"을 포함한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내년 11월 초로 예정되어 있는 재선(再選) 일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트럼프행정부의 입장에서도 중국과의 무역전쟁,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문제, 베네수엘라, 한·일 갈등, 터키문제 등 여타 주요 국제문제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북한문제에만 전념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만약 북한이 포괄적인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종전과 같이 ‘영변 핵폐기’만을 허용하면서 매 단계마다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만을 요구하는 새로운 협상이 필요하다고 고집한다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올해 한해 동안 아까운 시일만을 흘려보내게 될 것이다. 

끝으로 남북관계는, 올 한 해 동안 미국과 북한간의 협상여부에 따라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이 양국이 관계개선의 접점(接點)을 찾지 못한 채 ‘강(强) 대강 구도 또는 약(弱)대 강 구도’를 보이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그 어떤 가시적인 이행, 실천조치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설왕설래(說往說來)로만 관계를 유지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좀처럼 이루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북한이 최근 들어 나타내고 있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 또는 ‘선미후남(先美後南)’ 정책을 폐기하지 않는 한 섣부른 남북관계 개선은 별다른 효용성이 없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UN의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선 상에서의 ‘금강산관광을 포함한 남북한간의 접촉이나 교류, 협력’에 적극적인 정책 추진의사를 표명하여도 과연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현실적으로는 많은 제약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에 ‘극적(劇的)인 반전(反轉)’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답보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 이면(裏面)에는 문재인정부에 대해 역대정부와는 다른 ‘크나큰 기대와 함께 엄청난 지원’을 내심으로 고대하였던 김 위원장의 실망감과 함께 더 이상의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집권 9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체제에 있어 올 2020년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렵고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에 이런 난국(難局)을 타개하려는 카드로 "대남교란이나 도발 등" 측면에서 우리 역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980년 중반의 ‘서울지역 수재(水災)’를 계기로 남북한간 접촉이 이루어져 분단 사상 처음으로 이산가족고향방문이 이루어지고, 또 1990년대 중반 카터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으로 인해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이루어졌던 사례, 그리고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진전을 이루어졌던 선례(先例)를 감안할 때, 앞으로 그 ‘어떤 돌발적인 변수(變數)’가 발생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轉機)가 이루어질 지도 모르기 때문에 비관(悲觀)과 실망(失望)만으로 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날을 위해 차분하고도 조심스럽게 대비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