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접경지 지뢰·불발탄 피해자 99% ‘보상 청구’조차 못해

배상·소송 유무~사고 후 생활환경 637명 실태조사 결과 관련 절차 인지 태부족… 도 "보상 방안 마련 단초될 것"

2020-03-11     민부근 기자
경기도가 도내 접경지역에서 지뢰 및 불발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내놨다.

11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일부터 12월 27일까지 4개월간 평화나눔회를 통해 김포·연천·파주 등 도내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도민 가운데 한국전쟁 이후 지뢰·불발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는 도내 지역별 데이터, 문헌 자료, 신고 및 제보 등을 토대로 발굴한 637명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사고 원인, 배상 및 소송 유무, 사고 후 생활환경 등에 대해 면접 및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 피해자 가정의 절반 가까이가 생계 곤란을 겪었고, 대부분 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지뢰사고 피해자는 291명(45.7%), 불발탄 피해자는 346명(54.3%)으로 확인됐으며, 남성 피해자가 579명으로 91%를 차지했다.

사고 발생 시기는 1950~60년대 63%(321명), 1970년대 15%(94명), 1980년대 13%(86명), 1990년대 3%(16명) 등이다. 특히 10대 이하 어린이 및 청소년(324명)이 51%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생존자들은 우울증(30%), 불면증(21%), 악몽(18%), 알코올의존증(6%)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사고 가정의 48.8%가 생계곤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 같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응답자의 54.6%가 생계비, 37.9%가 의료비 등의 지원을 호소했다. 반면 피해자의 99%(628명)가 사고를 당했음에도 관련 절차를 몰라 보상 청구 또는 소송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도는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절차를 안내했고, 국방부 측에 조사 결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는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 온 지뢰·불발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 마련과 사각지대 해소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부근 기자 bgmin@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