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자제’ 간청하오니…

성남 은혜의강, 수도권 두 번째 규모의 집단감염 부천 생명수교회 한 명은 재검사 받은 뒤에 양성

2020-03-16     이강철 기자
성남시 수정구청 환경위생과 직원들이 16일 오후 은혜의강 교회 앞에서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신도 40명이 코로나19 추가 확진 판정을 받으며 이 교회 관련 확진자는 47명으로 늘어났다. 확진자들은 지난 8일 함께 예배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성남=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집 근처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큽니다."

16일 오후 1시 30분께 성남시 수정구 양지동에 위치한 ‘은혜의강 교회’ 예배당 입구 앞. 철로 만들어진 출입문에는 교회 일시적 폐쇄 및 출입 금지를 알리는 명령서 한 장이 붙어 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 교회에 다니는 신도 4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탓인지 30대로 보이는 부부는 옆 건물에 입주해 있는 어린이집에서 자녀를 데리고 나오면서 황급히 길을 돌아나갔다. 교회가 세 들어 있는 상가건물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도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교회 근처 빌라에 사는 김모(33·여)씨는 "교회가 바로 집 뒤에 있어 굉장히 불안하다"며 "혹시나 확진을 받은 신도가 집 앞을 오가진 않을까 걱정돼 집 밖을 나가기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도내 종교시설을 통한 지역사회 집단감염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행정당국이 종교집회 자제를 권고하고 있음에도 일부 교회들이 주일예배를 강행하면서 지역주민들이 감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와 성남시에 따르면 이날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 신도 4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도 확진자와 접촉한 주민 1명도 감염됐다. 이로써 이 교회와 관련된 확진자 수는 총 47명으로 늘었다. 이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 관련 확진자 124명(15일 0시 기준)에 이어 수도권에서 2번째로 많은 집단감염 규모다.

이 교회 목사 부부와 신도 등 6명은 9일부터 15일까지 차례로 확진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8일 함께 예배를 봤다. 시는 이달 1일과 8일 예배에 참석한 신도 135명 가운데 106명에 대한 검체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추가 확진자 41명 외에 음성 판정 58명, 재검사 7명 등으로 나왔다. 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

부천 생명수교회에서도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추가 확진자 1명이 발생하면서 총 확진자 수가 15명으로 증가했다. 괴안동에 거주하는 46세 여성으로, 13일 1차 검체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증상을 보여 재검사를 받은 뒤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자 수원시는 성남·부천처럼 종교시설을 통한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관내 640개 교회를 대상으로 공무원 1명씩을 전담 지정해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은 교회에 집회예배 자제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주일예배일에 교회를 방문해 개인위생 예방수칙 이행 여부를 확인한 뒤 잘못된 점이 확인되면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김강우 인턴기자 kkw@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