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도 눈을 뜨고, 코 고는 소리 천둥 같다<睡不合眼 鼻息如雷>

2020-06-29     기호일보

소설 삼국지의 첫 작품 주인공은 장비였다. 원(元)나라 말기였으니 한(漢)민족이 장비처럼 용맹하게 몽고족을 물리쳐주길 기대했던 까닭이다. 사실 이후 개정판이 나오고 가필 보완이 수없이 이뤄지지만 장비의 이미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선 시커먼 털북숭이 사내, 힘은 태산을 뽑을 정도로 강한데 꾀를 쓸지 몰라서 무모하리 만큼 저돌적이고 단순한 사내, 그러면서도 결의형제를 맺은 유비와 관우에게는 막내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 열렬한 사내가 바로 장비였다. 

일설에는 그림에도 능했다고 하지만 남아 있는 작품은 없고 미인을 좋아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의 딸이 후주 유선의 황후가 된 걸 보면 알 수 있다. 장비가 죽게 된 것도 이 열렬한 의리의 정(情) 때문이었다. 관우가 손권에게 잡혀 죽은 후 장비는 매일같이 ‘관우 형 복수’를 외치며 절치부심하다가 마침내 복수의 원정군이 출발한다는 소식을 듣자 부하에게 ‘3일 내에 흰색 깃발과 흰 갑옷을 준비하라’고 명령한다. 이에 난색을 표하는 부하를 심하게 매질했다가 그들이 앙심을 품고 밤에 침소로 잠입해 암살하는 것이다. 장비의 죽기 전 모습이 ‘자면서도 눈을 뜨고 있으며, 코 고는 소린 천둥 같아’ 암살자들을 놀라게 했다. 천하의 걸물 장비도 내부 배신자 손에 죽고 말았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