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년 조례·정책 ‘고무줄 나이기준’ 탓 대혼란

기본 조례·일자리 지원·Young MICE 리더… 각각 상한선 39·34·25세 "사업마다 임의 기준" 불만… 시 관계자 "한정된 예산에 탄력성 중시"

2020-08-09     김유리 기자
인천시청사 모습.사진= 인천시 제공

인천시의 청년 관련 조례와 정책에서 정한 청년의 나이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혼선을 빚고 있다.

9일 시에 따르면 ‘인천시 청년 기본 조례’에서 정하는 청년의 기준은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시민이다. 하지만 ‘인천시 청년창업 지원 조례’는 청년의 기준을 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에서 34세 이하인 시민으로 규정했다. 다만, 군필자에 한정해 복무기간에 비례해 최대 만 39세까지 대상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조례별로 시에서 정의하는 청년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근거로 삼은 관계 법령이 달랐기 때문이다. ‘인천 청년 기본 조례’는 광주와 대구 등 타 지자체의 조례를 참고해 나이 상한선을 만 39세로 정했다. 반면 청년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인천 청년창업 지원 조례’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서 공공기관의 청년 우선 고용 조항을 적용해 만 34세로 한정했다.

청년의 기준이 시의 각종 청년 지원 정책을 살펴보면 더욱 복잡해지는 탓에 정책 수혜대상자의 혼선이 불가피하다.

시가 ‘인천 마이스업체 청년인턴십 운영’과 ‘드림 For 청년통장’, ‘재직청년을 위한 드림포인트’ 등 비슷한 내용의 사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지원 대상 연령은 만 19∼25세에서 만 15∼39세까지 크게 다른 기준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미취업 청년들에게 취업활동비를 지원하는 ‘드림체크카드’는 만 19∼39세 청년이 지원받을 수 있다. 반면 구직 청년들에게 면접 비용을 지원하는 ‘면접청년을 위한 드림나래’ 사업은 내용이 비슷하지만 고교졸업예정자를 포함해 만 18∼34세만 지원받을 수 있다.

재직청년을 위한 복지사업도 마찬가지다. 중소 제조기업의 신규 청년사원들에게 복지포인트를 지급하는 ‘드림포인트’ 사업 대상자는 만 18∼34세 청년노동자지만, 똑같이 중소기업 재직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위한 ‘드림 For 청년통장’은 만 15∼39세로 대상 범위가 더 넓다.

인천의 마이스산업 관련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인천 마이스업체 청년인턴십’은 만 19∼39세, ‘인천 Young MICE 리더’는 만 19~25세로 사업에 따라 대상 범위가 달라진다.

이 같은 제각각의 기준은 청년들에게 혼선을 넘어 혼란을 주는 실정이다.

남동구에 거주하는 A(27·여)씨는 "시가 청년정책 대상자를 그때마다 임의로 정하는 것은 불편하기도 하고 사업에 대한 신뢰도를 깎아 먹는 일"이라며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과 군필 여부 등 사정이 각각 다를 테니 대상자의 기준을 최대한 폭넓고 명확하게 정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는 정책 목적과 주체에 따라 지원 대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청년 기준을 통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각 사업의 담당부서가 ‘청년정책과’뿐 아니라 ‘마이스사업과’, ‘자활증진과’, ‘산업진흥과’ 등으로 나뉜 것도 기준 통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실업 문제와 주거빈곤, 결혼 기피 문제 등 각 사업 취지에 적합한 나이를 따지기 때문에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기도 한다"며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성은 있지만 예산은 한정돼 있고 청년들의 고민이 다양하다 보니 효율성과 탄력성을 중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