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 검거' 황상만 형사 "주변서 미친 놈,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하더라"

2020-10-07     디지털뉴스부

[기호일보=디지털뉴스부]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진범을 잡은 황상만 형사가 당시 억울했던 수사 과정을 공개한 모습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앞서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진법을 잡은 황상만 형사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지난 2014년 정년 퇴직을 한 황상만 형사는 약촌 오거리 사건 기록이 담긴 보따리를 들고 제작진의 요청에 급히 서울로 상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황상만 형사는 "강력반을 맡고 있었을 때 택시 강도 사건이 터졌다. 사건 수사를 하다보니까 범위가 전주, 익산까지 넓어졌다. 거기서 택시 강도를 하고 아직 안 잡힌 사람이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며 내사 끝에 약촌오거리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것을 밝혀 냈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로 수사과장부터 서장과 회의를 거듭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잘못되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고민 끝에 황 형사는 팀원들을 모아서 약촌오거리 사건 수사를 시작했다.

그는 범인을 숨겨준 친구의 진술을 바탕으로 진범의 자백까지 받는데 성공했지만, 검찰은 피의자들의 진술 외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계속 영장을 기각했다.

황 형사는 "주변에서 미친 놈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라고 했다. 확정된 사건을 가지고 이런저런 분란을 일으키느냐고 했다"며 신뢰성 입증을 위해 전국을 다니며 1년간 그 사건에 전념해 수사를 했지만, 인사권이 발동돼 지구대로 좌천된 사연도 전했다.

그는 "화가 나서 술을 계속 먹다 보니까 뇌경색이 왔다. 그래서 언어장애가 왔었다. 팀장을 맡다 보니까 근무 지시도 해야 하는데 말이 안 나오니까 A4 용지에 썼다"라며 "말을 돌아오게 하려고 저 혼자 노래방에 갔다. 두 시간 동안 혼자 마이크에 대고 악을 쓰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지금도 특정 단어가 잘 안 나온다. 어디 가서 하소연 못 한다. 내가 저지른 일이니까"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12년 사건을 거의 잊어갈 즈음 박준영 변호사가 찾아와 재심 사건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황상만 형사는 처음에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어서 거절했으나, 아내의 조언에 힘을 얻어 결국 진범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황상만 형사의 일기도 공개됐다. 그는 무죄가 선고된 날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최 군의 손을 잡고 나오면서 '다 잊어버려라. 새 삶을 살아라'고 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