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딱 한 잔만 마셨다 면허 취소 수치 운전자에 법원, ‘무죄’ 선고 이유는

2020-11-26     조현경 기자
일정 시간 경과 후 역추산 방식을 통해 확인한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처벌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음주량을 함께 입증하지 못하면 수치를 신뢰할 수 없다는 법의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형사13단독 선민정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4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22일 오후 3시 50분께 인천시 서구의 한 식당 앞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화물차를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음주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따라 지구대에서 음주 감지기를 3차례나 불었으나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4번째에는 음주 감지기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음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치인 0.054%로 나왔다. A씨가 적발된 당시는 ‘제2윤창호법’이 시행되기 2개월 전이어서 당시 면허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였다.

그는 경찰에서 "혼자 식사하면서 소주 한 병을 시켜 이 중 한 잔만 마셨다"고 진술했다.

통상 술을 마신 후부터 30∼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고 이후부터는 다시 감소한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A씨에게 유리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그의 최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056%로 나왔고, 음주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도 처벌 기준인 0.05%를 넘는다"며 그를 기소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농도,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수사 기법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넘은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선민정 판사는 "검사가 계산한 A씨의 최고 혈중알코올농도는 소주 한 병을 마신 상태를 전제조건으로 산정한 것"이라며 "피고인이 소주 한 잔 이상을 마셨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신뢰할 수 있는 수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소주 한 잔을 마셨다’고 진술했고, 실제로 그가 마신 술의 양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음주운전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덧붙였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