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신임 사장에 바란다

안재균 경제부장

2021-02-18     기호일보
안재균 경제부장

2020년 제일 큰 고통과 추락을 겪었던 기업 한 곳을 꼽으라면 인천공항공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최고 공항, 청년들이 가장 가고 싶은 기업으로 손꼽히던 곳이었는데 최근 뉴스는 ‘인국공사태’, ‘협력사들과 갈등’, ‘소송전’, ‘사장 조기해임’ 등 부정적인 뉴스로만 채워졌다. 김경욱 신임 사장 역시 지난 2일 취임 첫날부터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로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노조와 대화를 통한 정공법으로 타결했다. 노조위원장과 세리머니까지 보인 모습은 역시 ‘정치인’다웠다. 가장 우선해야 할 내부와 갈등 문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김 사장의 행보는 나쁘지 않았다. 한편으로 인천공항의 많은 난제를 생각하면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론의 여지없이 인천뿐 아니라 대한민국 그리고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허브공항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위기요소를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악화된 경영 사정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인접 국가 공항들과 경쟁을 위해서는 경영 정상화는 한시가 급하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매년 수천억 원의 정부 배당금이 발목을 잡고 있다. 차 떼고 포 떼다 보면 신임 사장이 쥐고 가는 카드는 많지 않다. 그래도 해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인천공항 성장에 걸림돌인 정규직 문제, 협력사들과 분쟁 및 소송전 역시 해결 과제 중 하나다. 신임 사장은 이러한 갈등 해결을 위한 소통과 외부 전문가 의견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반영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진행 과정이 불투명한 정규직 전환 사태는 전 국민에게 실망을 줬던 만큼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 또 스카이72 등 협력업체와 ‘묻지마’ 소송전은 무책임한 행정의 대표사례로 되씹어 봐야 한다. 스카이72는 2002년부터 공사와 수천억의 비용을 투자하며 10여 년간 함께 성장해오면서 유무형의 브랜드 가치를 쌓아 온 협력사다. 그런데 우선협상도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후임자를 선정해 갈등을 낳았다. 결과는 많은 비용을 들여 벌이는 소송전이다. 

면세점업체 선정도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현실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해 벌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있다. 이 또한 이례적인 면세점 임시 운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세계 최고 공항이라는 브랜드와 면세점 강국의 경쟁력까지 잃게 만드는데 일조한 무책임 행정의 결과인 셈이다. 그렇다고 이들 면세업체에 끌려다녀서도 안된다. 이번 기회를 악용해 ‘악덕 공기업’이라는 멍울을 인천공항공사에 씌워 더 많은 이익을 남기려는 대기업들에게는 냉정해야 할 것이다. 인천공항공사의 손해는 모두 국민 혈세로 채워지는 만큼 면세점을 통한 이익은 성실한 협력업체 노동자와 건실한 중소·중견기업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천을 알고 인천과 함께 성장하고 인천을 사랑하는 공기업이었으면 한다. 인천공항공사가 힘들고 어려울 때 지켜줄 수 있는 곳은 단언컨대 서울시민도 서울 언론도 아닌 인천시민과 인천 언론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일반적인 행정관청이 아니다. 대한민국과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공항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해 민간기업 못지 않게 내외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또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공사와 업계 모두 피해가 뻔한 결과가 보이는데도 ‘책임질 일은 피한다’는 인식은 불안한 인천공항의 미래가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동북아 허브공항 경쟁에서도 전임 사장들의 우를 범하지 말고 무책임한 관료주의보다는 좀 더 유연한 대응을 당부한다. 기존 조직에서 안일하고 일방통행식 견해가 있었는지부터 점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각계각층 전문가들도 초청해 해결 방안을 내어 주길 다시 한 번 바란다. 신임 사장은 정치인 출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행정전문가이기도 하다. 정치의 조정력과 전문성을 통해 모두가 상생하는 협상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