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지대 성북'에서 멤버십데이로 매월 다른 관심사를 주제로 한 ‘월간무지랑’이 진행되고 있다.
'무중력지대 성북'에서 멤버십데이로 매월 다른 관심사를 주제로 한 ‘월간무지랑’이 진행되고 있다.

"청년공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세대를 구분하고, 수혜 대상으로 청년을 보는 정책들은 불편해요. ‘무중력지대 성북’은 청년 스스로가 시민으로 정체성을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중력지대는 서울시 청년기본조례에 근거해 조성된 청년공간이다. 청년의 활동을 지원하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장함으로써 청년정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 목표다. 같은 방향성 아래 설치된 공간들은 지역 특성과 수탁단체의 성격에 따라 개성 있게 운영된다.

2018년 문을 연 ‘무중력지대 성북’은 ‘호명되는 청년에서 선언하는 시민으로’라는 슬로건을 정하고 청년들의 시민력을 키우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 무중력지대 성북의 열린 공간 무지랑거실에서 만난 이혜미(31)공유지확산팀장은 ‘청년이 자신의 삶과 사회의 빈틈을 채우고, 동료를 찾는 사회적 마을’을 무중력지대 성북의 지향점으로 꼽았다. 

무중력지대 성북은 커뮤니티학교를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공통의 관심사에 기반한 관계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느슨한 유대관계를 맺는 일부터 전문가와 기술을 배우면서 연대하는 단계까지 확장시킨다. 

또 다른 커뮤니티 지원사업으로는 ‘청년시민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개인과 2인 이상의 모임, 단체 등 20여 개 팀을 지원했다. 대상은 최소한의 서류심사를 거쳐 청년들끼리 상호 심사를 통해 확정한다. 주제와 평가는 자유롭다. 부모와의 관계 개선, 설탕과의 전쟁 등 개인적인 프로젝트부터 특정 직업에 대한 인식 개선 모임도 진행됐다. 기간을 정해 놓고 공간에 출석을 시키거나 주기적으로 성과를 보이라는 요구도 하지 않고, 프로젝트에 실패하더라도 그만이다. 

이혜미 ‘무중력지대 성북’ 공유지확산팀장.
이혜미 ‘무중력지대 성북’ 공유지확산팀장.

이 팀장은 "청년들의 고민과 필요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청년 커뮤니티라면 크게 제한을 두지 않고 지원한다"며 "시도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실패도 응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간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활동들도 진행된다. 한옥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무중력지대 성북에는 커뮤니티홀로 쓸 수 있는 무지랑거실과 요리 및 식사가 가능한 아고식탁, 독립적 공간인 모임방, 이층방 등이 있다. 무지랑거실은 별도의 예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매월 다른 관심사를 주제로 한 ‘월간무지랑’이 진행된다. 

올해 공유부엌 아고식탁에서는 저녁밥을 같이 만들어 먹는 멤버십데이를 12차례 열었다. 지역 청년들이 가볍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지만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청년들이 참여했다. 

무중력지대 성북에서 스몰피스클럽 활동 모습.
무중력지대 성북에서 스몰피스클럽 활동 모습.

무중력지대 성북은 특히 거점공간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무중력지대의 ‘지대(zone)’는 지역의 공간과 자원을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중력지대 성북이 2018년 개관 초기에 진행했던 ‘협력파트너 소개팅’은 지역 공간 및 단체들과 관계망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함께 일하고 싶은 단체들을 만나 협업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후에도 공간 운영자 네트워크 구축사업인 ‘우리동네 무지랑’으로 기존 공간들을 발굴하고 공간을 필요로 하는 청년들과 연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전시나 공연을 하고 싶은 청년들을 마을극장과 이어주고, 춤 연습할 곳 없는 청년들이 활동할 공간을 연결해 줬다. 

이 팀장은 "거점공간으로 생겨나는 곳들이 기존에 있는 활동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에 있는 공간과 연계해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중력지대 성북의 슬로건인 ‘호명되는 청년에서 선언하는 시민으로’는 청년 문제에 있어 청년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청년들이 필요한 것을 청년이 알고, 청년의 문제는 청년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공간 역시 청년에 의한 곳이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중력지대 성북 운영사무국은 ‘청년들이 정말 필요한 게 뭘까’를 고민하고 공간의 쓰임새를 조정하고 있다. 무지랑거실은 자유로운 대화와 활동을 하게끔 계획됐지만 조용히 공부하기를 원하는 청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태프들과 고민한 결과 평소 대관하던 이층방을 평일에는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 바꾸고 청년들이 필요한 공간을 찾아 이용하도록 했다. 또 본인이 사용한 기자재를 직접 정리하고, 멤버십데이를 기획하는 등 방문자들이 공간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주고 있다. 이용자와 함께 공간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을 결정하고 공간문화를 조성한다. 조만간 이용자운영위원회도 발족할 계획이다.

‘무중력지대 성북’ 외관.
‘무중력지대 성북’ 외관.

무중력지대 성북이 청년들의 필요를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는 것은 청년 당사자들이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무중력지대 성북은 ‘협동조합 성북신나’가 수탁운영하고 있다. 청년들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일하고 살 수 있는 생태계와 네트워크와의 연대를 통해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던 이 단체는 공간 구상부터 지속적으로 공론화 과정에 참여했다. 4∼5년에 걸쳐 지역에서 쌓아 왔던 네트워크는 무중력지대 성북이 다양한 청년들과 연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다른 청년 거점공간에 비해 공론화 과정이 길었음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공간을 먼저 조성해 놓고 위탁단체를 구하다 보니 활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앞서 조성된 다른 공간들 중에서도 거점으로 활용하기에 너무 좁거나 공간 구분이 어려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이 팀장은 "많은 청년공간이 예산이나 절차상 공간을 먼저 정하다 보니 실제 운영을 하려 하면 어려움이 있다"며 "공간마다 특성을 갖고 목적대로 활용하려면 충분한 고민과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공간으로 탄생한 무중력지대 성북의 장차 목표는 청년들만이 아닌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청년도 한 명의 시민으로서 다른 시민들과 교류하고 연결돼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 이 공간을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하고 나누는 행사를 보다 많이 열 계획이다.

이 팀장은 "청년공간이 많이 생겨야 하지만 꼭 청년들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구분 짓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세대 문제는 결국 다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청년공간이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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