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부산업단지관리공단이 첨단 및 환경친화적인 산업단지로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나섰다.

기존 산업단지에서 벗어나 준공업지역으로 전환되면 첨단 디지털화와 친환경화 추진으로 개별 기업의 제조 혁신을 넘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서부산단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약과 혁신 거점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인천서부산업단지관리공단 박윤섭(65)이사장은 "이제는 산단이 산업화 생산기지로서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도 공생하는 필요충분조건으로 친환경 첨단화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부산단은 인천이 산업화 과정에서 주물을 전략산업으로 선택하면서 단지 조성 초창기인 1995년에는 26만4천여㎡ 부지에 주물업체 44곳이 자리잡았다. 현재도 가동 중인 주물업체는 10곳이며, 나머지는 기계장비 업종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겪었다.

한때 서부산단은 주물공장들로 인해 공해단지로 인식되기도 했다. 주물단지는 서부산단 전체 면적(93만9천㎡)의 28.6%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서부산단은 세월이 흐르며 대부분 공장이 노후화돼 비가 오면 천장에 물이 새기 일쑤였다. 벽은 여기저기 갈라진 채 방치돼 그 안에서 일하는 근로자나 외부 사람들이 보기에도 흉할 정도였다. 전기 및 소방시설도 노후해 화재에 늘 취약했다.

박 이사장은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입주기업들의 경쟁력 하락과 근로자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7년 서부산단과 접한 청라국제도시 입주민들의 악취·환경민원이 300여 건으로 급증해 그냥 있다가는 민원의 온상이 될 판이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취임 후 첫 사업으로 2018년 6월부터 본격적인 환경개선 공동사업에 나섰다. 사업비는 공단 일부 자산을 매각한 자금으로 마련됐다. 정회원사를 대상으로 낡은 지붕과 담장을 개·보수했고, 화재 예방을 위해 노후한 전기설비와 소방시설을 고칠 수 있도록 환경개선사업비를 지원했다. 

하지만 주물업체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2세들이 사업을 이어받고 있으나 경제 침체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고전하기 때문이다.

그는 "서부산단은 다른 산단에 비해 자산(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입주업체들에게 회비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입주 초기 회원사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이 산단의 큰 자산이 됐다. 산단 입주 초기 회원사들은 각자가 소유한 지분에 맞춰 3.3㎡당 1만5천 원의 회원금을 관리공단에 기부했다. 공단은 이 돈으로 공장부지와 본부건물, 상가 등을 매입했다. 

이 덕에 서부산단 임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됐다. 

박 이사장은 환경개선사업을 전체 입주기업 중 9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추진했다. 자산 매각을 통해 마련한 95억 원의 사업비는 1개 사당 1억 원 한도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이사회가 결정했다. 

사업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는 열악한 작업환경인데다, 사업비는 모든 공사가 끝난 후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종합건설사들이 공사 추진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환경 개선에는 인천시와 서구청 등 유관기관의 도움도 컸다. 서구의 ‘악취&미세먼지 통합 관제센터’가 그 한 예다. 공단 임직원들이 끊임없이 요청한 결과였다. 인근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고 함께 하기 위해선 산단 스스로가 깨끗해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임직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또 청라지역 아파트 입주자대표, 검암·경서 주민자치위원회, ㈔자연과 사람, 청사모, ㈔에버그린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부산단 환경지킴이’를 발족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이 같은 사업 추진으로 서부산단의 위상도 입주업체를 중심으로 크게 변모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업체 중 폐기물 소각장인 경인환경에너지㈜는 자비 17억5천500만 원을 투입해 대기오염 방지설비를 갖췄다. 그 정도로 회원사들의 의식이 깨어 있다. 그것이 서부산단의 강점이다.

LG전자 인천캠퍼스가 산단에 들어온지도 8년째를 맞고 있다. 연구원 등 100여 명으로 출발했던 LG전자 인천캠퍼스는 지난 8월에 LG마그마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협력업체 종사원까지 2천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서부산단은 엄청난 격변기를 맞으면서 입주 업종을 확대한 ‘관리기본계획’ 변경이라는 성과를 이뤄 냈다. 지난해 6월 4일 관리기본계획 변경에 대한 인천시의 승인 및 고시로 기계 등 일부 업종에 한정된 서부산단에 일반물류창고를 비롯해 태양광발전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냉동·냉장창고, 지식산업센터, 임대업 등이 입주할 수 있는 연구단지로 업종을 추가했다. 관리기본계획에는 서부산단 한가운데 자리잡은 주물단지도 포함된다. 

박 이사장은 "관리기본계획 변경은 태양광발전업을 위해 입주한 한 기업의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시작한 것이지만 서부산단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됐다. 서부산단을 신산업단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직원들과 머리를 싸매고 인천시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이뤄 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덕에 서부산단은 경쟁력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수도권순환도로 등 수도권 서북부를 잇는 교통망으로 물류업계의 관심도 높다. 

박 이사장은 관리기본계획 변경을 계기로 또 하나의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공업지역인 서부산단을 준공업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환경규제는 더 심해지겠지만 충분히 감내하고 그 이상도 개선할 수 있다는 각오에서다.

신소재 디지털 첨단업종들이 들어와서 더 깨끗한 산업단지로 탈바꿈하고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용도(준공업지역)변경 등 과감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서부산단은 2개월에 걸쳐 입주기업 및 토지소유자의 2/3 동의를 얻은 뒤 지난 9월 23일 공단 주변 지역의 정주환경 개선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제안서를 서구청에 접수했다.

박 이사장은 "서부산단이 준공업지역으로 바뀌면 첨단산업과 근린생활시설 유치 등을 통해 냄새 나는 산단의 이미지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 주민들에게 열린 친환경 산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0년 가까이 공업지역으로 묶였던 서부산단이 준공업지역으로 전환돼 청라국제도시를 끼고 있고 인천공항 진입로와 북청라나들목이 인접한 최적의 입지 조건을 바탕으로 가장 주민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첨단산업단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최상철 기자 csc@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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