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모 안양윌스기념병원  원장
구경모 안양윌스기념병원 원장

떨림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의 특정 부위가 규칙적으로 율동하듯이 움직이는 증상을 말한다. 외래에 오는 환자들 중 떨림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을 쉽게 만난다.

"아버지 손이 자꾸 떨리는 것 같아요."

병원에 함께 온 자녀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부모님의 증상을 설명한다. 혹시 파킨슨병은 아닌지 걱정되어 함께 오신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만성 신경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70세 이상에서 1000명 중 1~3명이 발병하는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떨림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분들 중에서 파킨슨병 환자는 많지 않다. 보통 손 떨림으로 내원하는 환자 중 가장 흔한 질환은 본태성 떨림이다.

본태성의 의미는 증상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까닭 없이 나타나는 성질로 본태성 떨림은 정확한 원인이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킨슨병보다도 매우 흔한 질환이며 60세 이상 인구에서 약 5%의 유병률을 보인다.

본태성 떨림의 가장 큰 특징은 양손에서 떨림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떨림의 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며 주로 리드미컬하게 흔들리는 양상을 보인다. 보통 가만히 있을 때 보다는 팔을 들고 있을 때나 수저나 술잔 등 물건을 들었을 때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머리나 목소리 떨림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으나 손 떨림 없이 머리나 목소리 떨림만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불안 상태나 흥분에 증상이 악화되고, 소량의 술로 완화되는 특징을 가진다.

본태성 떨림은 진행이 빠르지 않아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해 증상이 심해지면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우울증, 대인기피와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본태성 떨림이 진단되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약물치료가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적절한 약물을 사용한다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다만, 손 떨림과 함께 다리 떨림 증상이 나타나고 떨림의 속도가 느리거나 진폭이 큰 경우, 걸음걸이가 느려지거나 보폭이 좁아지는 등 다른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관찰될 경우에는 파킨슨병이나 다른 신경학적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파킨슨병은 퇴행성 질환인 만큼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뇌에 분포하는 도파민의 신경세포가 점점 없어지면서 발생하는데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은 손과 팔의 떨림과 경직, 느려진 운동과 불안정한 자세 등이 있으며 병이 진행할수록 턱, 다리, 혀까지 떨림 증상이 나타난다. 이 밖에도 수면장애, 인지기능장애, 후각 장애, 의사소통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파킨슨병 역시 약물치료가 가장 기본이다. 증상에 따라서는 자세 교정을 위한 물리치료나 운동치료를 진행하게 되며 일부 증상에 따라서는 증상 완화를 위해 수술적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본태성 떨림과 파킨슨병은 임상증상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떨림 증상의 원인이 다른 신경계 질환이나 내분비계 이상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확인을 위해 뇌MRI/MRA 검사나 혈액검사 등을 시행하게 된다. 

사실 떨림 증상만을 보고 본태성 떨림인지 파킨슨병인지 신경학적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있어 매우 어렵다. 본인이나 혹은 부모님이 떨림 증상이 있다면, 스스로 판단하여 미리 걱정하기 보다는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안양윌스기념병원 구경모 원장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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