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미 미래재즈협회 대표가 인천시 서구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음악여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윤미 미래재즈협회 대표가 인천시 서구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음악여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5살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쳤다. "클래식 전공을 쭉 해 보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진학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오직 피아노뿐인 굴곡 없는 삶이었다.

너무 순탄한 길만 걸었기 때문일까. 졸업한 뒤 마주한 세상은 또 다른 현실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피아노 학원에 출강하며 손에 쥔 월급은 생활을 이어가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가는 절망을 느꼈던 그때 재즈를 만났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달리 변화무쌍한 재즈에 매료됐다. 자유로워졌다. 마치 재즈처럼.

최윤미(38)미래재즈협회 대표는 인천 출신이자 세계적 주목을 받는 재즈피아니스트다. 최 대표는 인천예고와 숙명여대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는 동안 각종 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차츰 재즈에 흥미를 느껴 네덜란드와 뉴욕에서 재즈피아노를 제대로 배웠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그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와 젊은 재즈 음악인들이 활동하는 장을 만들어 나간다. 최 대표의 재즈 인생을 들어봤다.

최 대표는 2015년부터 2020년 귀국하기 전까지 미국 뉴욕에서 음악감독이자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Garden State Opera, Inc의 Jazz Department 디렉터, 타임스퀘어 The Girl Behind the Curtain Production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동시에 발탁되기도 했다.

New York Honey and Ginger BigBand를 창설함과 동시에 트리오 활동을 병행하며 여러 음악 프로젝트에 합류해 뉴욕 전역에서 활동했다. 그는 미국 생활을 ‘끊임없는 노력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했다.

최윤미 대표의 공연 모습.
최윤미 대표의 공연 모습.

최 대표는 "미국은 옛날부터 기회의 땅으로 알려졌지만 그만큼 전 세계에서 날고 긴다는 사람들이 다 모여드는 곳이었어요. 기회가 많은 만큼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죠. 키 작은 동양 여자애가 재즈를 한다는 편견을 떨치기도 어려웠어요. 그만큼 기회가 왔을 때 살리려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라고 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 덕분일까. 2019년에는 그래미 어워드 보컬리스트 Concha Buika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감독으로 선정되는 기회를 잡아 2년간 세계투어에 나섰다. 밴드 멤버들과 함께 세계 유명 음악 공연장과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쳤다.

쉼 없이 달리던 그를 잠시 멈춰 세운 요인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모든 공연장이 완전히 셧다운되면서 한국행을 결정할 도리밖에 없었다. 단체를 만들어 연주인들을 지원하는 일도 한국에 돌아오면서 시작했다.

최윤미 대표의 공연 모습.
최윤미 대표의 공연 모습.

그는 서울 유명 호텔과 연주인들을 연계하는 뉴욕아트프로덕션을 만들어 에이전시 역할을 한다. 지금 하는 여러 음악활동들은 에이전시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감당한다. 또 하나의 단체인 비영리법인 미래재즈협회는 후배 뮤지션들과 한데 뭉쳐 서로 도움을 주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찾으려고 만들었다.

최 대표는 "결국 음악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프로덕션으로 돈을 벌면서 미래재즈협회를 만들었죠. 재즈 음악인들이 잘 뭉치지 못했거든요. 물론 제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지만, 후배 뮤지션들이 음악만 알고 지원 정책이나 서류 같은 부분에 대해 너무 무지해서 안타까웠어요. 내가 어떤 도움이 될까 고민하다가 우선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재즈를 시작하기 전까지 처절한 실패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후배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 대표는 평소 누군가 기회와 권한을 주리라 생각하지 말고 먼저 스스로 나서서 찾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최윤미 미래재즈협회 대표.
최윤미 미래재즈협회 대표.

최 대표는 "청년 음악가들이 좀 더 현명하게 음악 생활을 하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어요. 음악으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고, 활동은 무슨 수로 이어가야 하는지 학교에서도 알려 주지 않거든요. 이번에 대학교 강의를 하면서도 이야기했어요. 나의 권리를 찾는 이런 방법들은 학생 때부터 알아야 한다고요"라고 강조했다.

청년 예술인들이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정책 중 하나로는 장기 프로젝트 지원을 꼽았다.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는 프로젝트의 연주자가 받는 보수는 20만~30만 원가량이다. 음악 활동을 이어가려면 수십 개의 단기 프로젝트 공모에 지원해야 하는 구조다.

최 대표는 "예를 들어 프로젝트를 단기가 아니라 3년을 지원한다면, 그 기간은 마음 놓고 예술 활동이 가능하겠죠. 물론 평가를 해야 하는 지원기관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따르리라는 생각도 해요. 이런 구조에서 뭔가 좋은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랐다.

청년예술인들이 자생 가능한 생태계를 만듦과 동시에 공연계가 발전하려면 마침내 질 높은 공연에 값을 지불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람들이 예술공연을 잘 찾지 않다 보니 지원사업으로 무료 공연을 하거나 적은 비용을 받고 공연하는 일이 많아요. 무료로 공연을 보는 데 익숙해진 셈이죠. 악순환이죠. 온라인 웹툰을 예로 들면 초반에 유료로 전환할 때 반발이 엄청났지만 지금은 세계로 퍼져 나가는 수익 구조가 됐어요. 예술공연도 제값을 받으면 창작자나 작품 보호도 되면서 사람들의 만족감도 높아지지 않을까요"라고 제언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앞으로 예술인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데 목소리를 내는 일을 하고 싶다. 서구 청년정책위원회나 청년문화예술네트워크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앨범 ‘7 DAYS’.
앨범 ‘7 DAYS’.

최 대표는 "본디 예술인이 목소리를 내야지, 예술인이 아닌 사람이 이런저런 정책을 하자고 이야기 해 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책 부문에서 청년예술인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중진예술인으로 거듭나게끔 좀 더 쉽고 평탄한 길을 모색했으면 해요. 그런 정책을 마련하고 건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는 재즈의 매력을 ‘자유로움’이라고 했다. 자기를 표현하고, 때마다 변하는 자기의 심정을 대변하는 음악이다. 최 대표는 자유로움을 주는 재즈로 내년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인천에서는 재즈페스티벌을 열려고 기획 중이다.

최 대표는 "지금 하는 팀 중에 한 팀이 내년에 중국으로 진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저를 오늘 여기까지 오게 만든 귀한 팀이고, 분명히 성공하리라 생각해요. 재즈로 오케스트라 빅밴드를 만들려고 해요. 인천에서는 재즈페스티벌을 하나 기획하고 있어요. 더 이상 관람형의 공연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특별한 페스티벌을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최윤미 대표 제공>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최윤미 미래재즈협회 대표 프로필

 2022 비영리법인 미래재즈협회 대표

 2022 ㈜New York Art Production 대표이사

 2022 인천 서구 청년정책위원회 위원

 2022 청년문화예술네트워크 라운드테이블 위원

 2022 안양 성결대학교 음악과 캡스톤디자인 자문위원

 2021~ New York, Next Level Label Artist

 2020~ 인천문화재단 시민문화협의회 위원

 2017~ New York, Garden State Opera inc, Jazz departmen, 음악감독, 피아니스트

 2016 - 2020 New York, The girl behind the curtain Production 음악감독, 피아니스트

 2018 - 2019 USA, B by B LLC, Grammy nominee Concha Buika Music 음악감독, 피아니스트

 2018 - 2019 New York Honey and Ginger Bigband Orchestr 음악감독, 지휘

 2018 - 2019 New York, Aaron Grant Theatrical inc, 음악감독, 피아니스트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