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대 78. ‘여야 동수’의 경기도의회는 의장선거부터 치열했는데, 제11대 전반기 도의회 의장으로 염종현 의원이 당선됐다.

첫 ‘여야 동수 의장’으로서 한 해 동안 불가피한 여야 갈등의 중재자로서, 조율자로서 할 일을 다한 염 의장.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도의회가 도민을 위해 2023년 본예산을 무난하게 통과시키며 ‘국회보다 나은 도의회’라는 평이 나온다. 이는 염 의장의 협치정신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도의회 역사상 가장 치열한 ‘여야 동수 의장’의 포부를 들어보자.

다음은 염 의장과 일문일답.

-계묘년 메시지는.

▶올해는 ‘오늘보다 내일이 나은 경기도’를 만들려고 더욱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지방자치분권 2.0 시대에 들어섰다. 정치는 진정성에서 나온다. 진심이 담긴 정치, 부지런한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더구나 올해는 ‘진심이 담긴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방의회는 주민 중심의 자치분권을 가장 앞장서서 정착시켜야 할 기관이다. 내년에는 민생과 민의를 담아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자치입법권을 행사하고 강화하겠다.

실제 자치분권이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더욱 절실하고 낮은 자세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계묘년 새해를 맞아 경기도의회는 협치로 결집하고 체계 있게 성장하며 자치분권의 미래를 그려 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의장 출마 당시 공약했던 사안들이 몇 건 있다. 올해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하다.

▶지난 한 해 동안 공약을 실제 체계로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핵심 공약이었던 ‘김동연식 협치 모델’ 수립을 도의회와 경기도의 공식 소통·협력기구인 ‘여야정협의체’ 형태로 구현했고, 경기도교육청과도 같은 내용으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더구나 1인 입법기관으로서 의회의 할 일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내세웠던 ‘공약정책추진단’과 ‘초선의원 의정지원추진단’도 이미 진용을 갖췄다.

자치분권 시대에 맞게 의회사무처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인사 체계 역시 정비를 거듭해 내실 있게 구축했다. 지방의회법 제정, 지방자치법 강화 같은 남은 과제에 대해서도 계속 논의하면서 상세한 활동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의장 취임 초기만 하더라도 동수가 된 여야의 힘 겨루기로 도의회 정치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암울한 전망이 주를 이뤘지만, 해야 할 일을 해내는 데 집중한 결과 모두의 염려를 잠재우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

-첫 여야 동수 의장으로서 올해 의정활동 청사진은.

▶올해는 그야말로 의정활동을 본격 시작하는 시기다. 지난해에는 의원들이 의회에 입성해 적응하기 바빴고, 2024년에 열리는 총선 영향도 분명히 받으리라 본다.

시기로나, 상황으로나 올해는 제11대 의회의 성공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되리라 예상한다. 이에 따라 의회 전문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고, 의원 개개인의 의정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난해에도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틀을 다졌다. 올해는 그 어느 지방의회보다 탄탄하게 마련한 의정 지원 체계를 활용해 협치 가능성을 시험하겠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2023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의장의 중재가 빛났다는 평가가 많은데.

▶국회는 못했지만 도의회는 해냈다. 여야 동수 속에서 준예산 사태를 막았다. 예산안 통과를 지켜보면서 ‘소통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됐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시작부터 막바지 계수조정 시점까지 발 벗고 조율에 나섰다. 준예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일념이 강했다. 밤새 의회 청사 건물을 얼마나 오르내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다.

다행히 당을 떠나 동료 의원 모두가 민생 안정을 위해서라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지녔기에 좋은 결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국회가 해내지 못한 일을 여야 동수 의회가 ‘협치의 힘’으로 이뤄 낸 셈이다. 이는 자치분권 강화를 향해 나아가는 도의회 처지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평소 신망을 쌓지 않은 채로 하루아침에 의견 합치를 이루지는 못한다. 앞으로도 동료 의원, 집행부와 부지런히 의견을 나누며 교류하겠다.

-지난해 여야정협의체가 출범했다. 꼭 합의점을 찾고 싶은 경기도 정책은 있나.

▶의장으로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시스템으로 굳어진 협치 모델’을 구축하고자 열과 성을 다했고, 그 결과 ‘여야정협의체’라는 공식 기구를 취임 3개월여 만에 출범시켰다.

입법과 행정주체가 어우러져 주요 정책의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생산성이 높은 방향으로 논의할 만한 ‘협치 운동장’을 마련한 일로 의장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의장과 도지사가 업무협약 주체로서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하기는 했지만, 실제 논의를 이끌어 갈 이들은 공동의장인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경기도 경제부지사로 서로 존중해야 한다.

여야정협의체의 ‘설계자’로서 개별 사안에 일일이 관여하기보다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 어렵게 마련한 시스템이 이름뿐인 기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며 도지사, 도교육감과 뜻을 같이하겠다.

-도의회가 진정한 독립기관으로 바로 서기 위한 앞으로 운영 계획은.

▶한시기구로 10대 의회 마무리와 함께 일몰된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상설하는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상시기구로 운영해 전국 최대 광역의회로서 자치분권 강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경기도의회는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기 전부터 자치분권을 강화하려고 앞장서 활동을 펼쳤다. 전국 최초로 조례에 근거한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구성(2020년 10월 12일)했고, 관련 토론회와 결의대회를 열어 전국 지방의회를 결집하며 중심 구실을 수행했다.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전부 개정되기는 했지만 지방의회 인사권만 독립됐을 뿐 조직권과 예산편성권을 여전히 집행부가 관장함에 따라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도의회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급선무다.

제11대 의회 들어 제정한 조례를 근거로 이른 시일 안에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발족하고 상설기구로 만들 방침이다. 종전의 전체 위원 30명 규모에서 34명으로 구성원을 확대하고, 양당에 위원추천권을 동일하게 부여해 의견을 고르게 수렴할 계획이다. ▶자치분권 과제 고도 ▶자치분권 공론 ▶도의회 자치 역량 제고라는 3대 전략을 중심으로 전국 17개 광역의회와 연대해 제도 개선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사무처장 개방형 추진과 인사권 독립을 대내외에 알릴 방안은.

▶올해 1월 이후 임용을 계획 중이다. 처장을 처음으로 개방형으로 채용하는 만큼 만전을 기하려고 한다.

의회사무처장 개방형 추진은 지방의회 인사권이 독립됐음을 명확하게 알리는 상징성이 있는 사안으로, 사무처장은 기관의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사무처장 임용권을 의장이 행사하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12월 19일 채용공고를 냈고,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쳐 이르면 1월 이후 개방형 의회사무처장을 임용한다.

미비한 점이 없도록 서류심사부터 면접까지 만전을 기하겠다. 적격성 심사를 철두철미하게 해 전문성, 리더십, 조직관리 능력, 의사 전달과 협상 능력, 중립성을 두루 겸비한 인사를 선발할 방침이다.

새로운 도전과 변화로 새롭게 태어난 경기도의회가 진일보하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

-총선을 한 해 앞두고 올해 지역구 의원들의 이탈이 우려된다. 의장으로서 ‘의정 공백’을 막을 대책이 있나.

▶체계 있는 의정 시스템을 구축해 의정 공백을 막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 중이다.

개별 의원의 충실한 활동이 물론 중요하지만, 뜻하지 않은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의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려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짧지만 11대 전반기 도의회는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도록 방파제를 쌓듯이 견고하게 의정체계를 수립하고 정비했다. 협치, 의정 지원, 인사와 관련된 일련의 조치는 예기치 못한 사태를 대비하는 데 효과 있는 방어막을 마련했다. 도의원들이 정체성에 집중하고 책무를 다하도록 독려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박건 기자 g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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