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 대진대 행정정보학과 교수
허훈 대진대 행정정보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광역지방자치단체 규모로 봤을 때 의료서비스가 가장 취약한 곳은 어디일까? 답은 경기북부다.

2023년 기준으로 인구 400만 명을 넘는 광역자치단체 규모인데 의료수준은 전국 최하위다. 1천 명당 의사 수로 보면 경기북부는 1.6명으로 꼴찌다. 그 다음 순위인 전남도의 2.6명에도 훨씬 못 미친다. 

그 뿐인가. 중증질환을 책임지고 지역의료 거점으로 선정되는 상급종합병원도 경기북부에는 한 곳도 없다. 2023년 말 발표한 제5기(2024~2026년) 47개 의료기관 중에 단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았다. 의료 수준의 양과 질 면에서 모두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4년제 종합대학인 대진대학교가 의대 신설에 발 벗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대진대는 이미 1천480여 병상의 동두천제생병원을 건립해 놓았고 간호대학도 운영한다. 게다가 이미 병원을 운영 중이고(분당제생병원), 최근에는 접경지역인 강원도 고성에 600병상의 고성제생병원 건립에 한창이다. 

지역 정치권도 이에 화답했다. 최춘식(포천·가평)국회의원이 지난해 9월 12일 ‘대진대학교 의과대학 신설 및 의대정원 배정 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12월 12일에는 경기북부시·군의장협의회 정례회의에서 ‘대진대학교 의과대학 신설 및 의대 정원 배정 촉구 결의안’을 상정했고, 본회의에서 채택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한 기초지자체의 열망이 아니라, 최근 경기도와 도민들이 벌이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맞물렸다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국가는 경기북부를 두고 모순된 정책을 펼쳤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낙후 상태를 면치 못하는데도 수도권 규제를 적용한다. 그 결과, 경기북부는 1인당 국민소득 2천452만 원(2020년 기준)으로 전국 최하위가 되고 말았다. 의료가 전국 최하위 수준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국가의 품격을 묻는다. 70년 이상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지역을 의료 사각지대로 남겨 두는 게 옳은 일인가. 이는 경기북부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군사시설이 밀집하고 군사활동이 빈발해 군사의료서비스가 고도화돼야 하는 지역인데도 변변한 의료인력이 없다는 점 역시 문제다. 

이에 안보희생지의 대명사인 동두천시도 발 벗고 나섰다.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용산 청사 앞에서 ‘경기북부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의과대학 설립’을 비롯한 4가지 요구안 이행을 촉구하는 대정부 시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경기북부에 의대가 신설되면 이 지역 공공의료체계를 확립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급 인력 양성, 군 의료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이 있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궂은일을 도맡아 온 이 지역에 최소한의 의료인력 배출을 위한 의대 신설을 망설이는 게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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