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를 굽는다 
   
 

저자 이목연. 청어 출판. 272쪽. 1만 원.
소설가 이목연의 두 번째 소설집 ‘꽁치를 굽는다’가 출간됐다. 첫 작품집 ‘로메슈제의 향기’를 펴낸 지 꼭 8년 만이다.
지난 1998년 한국소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목연은 인터넷 사이트인 ‘이노블타운’에 장편소설 ‘회전문’을 연재하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천의 작가다.
그는 이번 소설집 ‘꽁치…’를 통해 표제작 ‘꽁치를 굽는다’를 포함, 김유정소설문학상 수상작인 ‘달개비’ 등 10편의 단편소설을 실었다.
종전 그의 작품들이 그러했듯 피할 수 없는 삶의 질곡을 버텨내는 주인공들과 소외된 인간을 향해 있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범상치 않은 기교를 지녔음에도 소설의 본령에 충실한 문장과 쉬 보지 못했던 독특한 소재에 있다. 달개비의 질긴 생명력, 아나콘다의 유구한 역사, 종견의 인생유전, 나방과 나비의 생물학적 관계, 낙타와 낙타가시풀의 생태 등.
문학평론가 이경재의 평처럼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이러한 소재들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생의 비의(秘義)를 길어 올리는 역할을 해낸다.
또한 각각의 소설은 평범한 일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낭만적인 충동으로 가득 차 있다. 주인공들은 그들이 머물고 있는 장소, 혹은 상황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떠나고자 하는데 작가는 그 같은 욕망에서 나아가 그 떠남이 지니는 한계에까지 날카로운 시선을 던진다.
이 때문에 주인공들의 욕망은 일탈이 아닌 구체적 대안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특히 표제작 ‘꽁치를 굽는다’에서는 유사가족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는 다수의 생각과 다름에서 오는 이질감보다는 제목에서 상상할 수 있는 꽁치구이의 냄새처럼 구수함을 전한다.
한편, 평론가 이진우는 “이목연 작품의 매력은 요즘 젊은 작가들처럼 허약함을 가리기 위해 부리는 이런저런 트릭을 외면하고 이야기를 정공법으로 보기 좋게 차근차근 썰어 나가는 데 있다”고 평했다.

학산문학(2009 봄호, 통권 63호)
학산문학사. 384쪽. 1만 원.

   
 

지역 문학의 맥을 이어가는 문학계간지 학산문학 2009 봄호가 출간됐다.
이번 호에는 ‘조명, 2008 한국문학’을 주제로 특집을 마련, 학산문학을 통해 공개된 시와 소설을 비롯해 지난 한 해 문단에서 발표된 작품들을 살펴봤다. 한국문단의 결산은 유준, 주지영 평론가가, 학산문학 결산은 김윤식 시인과 장성규 평론가가 맡았다.

이 계절의 작가로는 국내 권위 있는 문학상을 휩쓴 소설가 유재용을 선정했다. 유 씨는 이번 봄호를 통해 후배들을 위한 조언 ‘구도자, 경계인으로서의 작가’와 신작 소설 ‘너와 내 안의 빈집’, 자전소설 ‘그물과 손가락’ 등을 공개했다. 평론가 이경재는 “우주보다 더 깊고 심오한 인간의 안쪽을 투시하는 소설가”라며 “그의 작품은 안정된 서사적 문법 위에서 우리가 감추고자 하는 인간 욕망의 심연을 드러낸다”고 평했다.
또한 이번 호에는 문형렬의 장편소설 ‘석류꽃’을 비롯해 김신의 ‘가네야마 마사모도’, 오은주의 ‘백 스테이지’, 장재연의 ‘유령인간’ 등 단편, 이기철·문인수·유강희·전기철·박형준·노두식·박경순·김정희·김지녀·이종섭의 시 등 30여 편의 신작을 실었다.

소촉집(우리시시인선 11)

   
 

저자 최석우. 움 출판. 151쪽. 7천 원.
2000년 문학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 최석우의 두 번째 신작 시집 ‘소촉집’이 출간됐다. 60여 편의 신작 시들은 작가가 직접 번역한 영시와 함께 실려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전작들이 그러하듯 그의 시편 대부분은 일상에서 얻어진 것들을 기초로 한다. 지나간 아픔을 신앙으로 다스리며 시골마을 청포리에서 만나는 일상들이 그의 눈을 통해 간결하면서도 조용히 전해진다.
또한 작가는 연약한 존재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되 결코 야단스럽거나 호들갑스럽지 않다. 사랑만이 아픔을 치유한다는 큰 주제를 지닌 시들은 한결같이 조곤조곤하다.
그의 딸 심단우 양이 쓴 시도 함께 실렸다. 공부하는 엄마를 따라 다니느라 애쓴 딸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기도 하다.
작가는 “나는 전문 번역가도, 영어를 오래 공부한 사람도 아니지만 내가 쓴 시를 외국어로 옮겨보는 것이 작은 꿈이었다”며 “어디선가는 아쉽고 어디선가는 넘치게 흡족하지만 마지막까지 작업을 마치게 이끌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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