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들을 위해 여생을 바치고 싶다는 김태춘 지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의 교권 침해 및 학교 밖 청소년들의 비행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학교와 가정,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지만 정작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안감과 위화감은 달라진 것이 없다.

20세기 초반 미국 교정공무원에 의해 생겨난 BBS(Big Brothers and Sisters)운동이 국내에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BBS는 비행 혹은 불우청소년과 결연을 맺어 친구이며 형제이자 부모로서 그들을 이끌어 주는 단체다. 처벌보다는 궁극적인 내면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청소년 문제의 훌륭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BBS 경기도연맹 안에서 양주동두천지회는 활동이 왕성하기로 정평이 자자하다. 휴일·밤낮 없이 무보수로 봉사하는 김태춘(58·사진)지회장의 열정 때문이다.

김 지회장은 지난 1976년 헌병으로 입대, 2010년 말 준위로 전역할 때까지 주로 수도권 일대에서 수사관으로 복무했다. 현역 시절 그가 집필한 방대한 분량의 수사교본은 아직까지도 전국 헌병들의 실무 길잡이로 사용되고 있다. 그는 병사들의 자살사건을 수없이 접하면서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2000년부터 BBS운동에 참여했다.

“군인이라고 해 봤자 이제 막 소년티를 벗어난 아이들이었어요. 병사들이 죽음을 택하기까지 군대에서의 원인을 밝힐 수 있어도 개인적인 원인을 알아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너무나 안타까웠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청소년기가 궁금해졌습니다.”
김 지회장은 BBS를 공간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선도 프로그램은 부수적인 부분이고,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즐거운 쉼터 기능이 BBS운동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BBS는 일종의 ‘방과 후 놀이터’입니다. 기본적으로 배가 고프면 안 되기에 대학생 언니·오빠 멘토들이 간식도 제공하고, 형식적인 고민 상담이 아니라 친구처럼 편안한 대화를 하다 보니 집에서 케어가 되지 않는 아이들이 이 공간을 자기들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됐죠.”
김 지회장이 또 하나 주력한 것은 동아리다. 음악밴드와 스포츠 등 각종 활동을 지원하고 ‘청소년문화존’이라는 정기 행사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받도록 했을 때 아이들의 변화는 놀라웠다. 교사들조차 학교 복귀를 꺼리던 이른바 문제아들이 BBS를 만난 후 자존감을 되찾아 음주와 흡연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쳐요. 그 힘을 발산할 곳이 없어서 술과 담배, 폭력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이죠. 그들에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판만 제대로 깔아줘도 비행청소년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 지회장은 품성개발·자살예방·인터넷중독예방지도자 교육을 이수하고 대학에 편입해 사회복지학과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는 등 자기계발에 끊임이 없다.
청소년들을 위해 여생을 바치고 싶다는 그는 “아이들은 금세 변합니다. 다만,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절대 오래 못 갑니다. 아이들이 변할 때까지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기다려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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