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Y사의 K(57)이사와 뒷돈 거래에 가담한 인천시교육청 고위직 P(58·3급)씨는 탈이 났을 경우 민·형사상 벌어질 사태에 대해 시나리오를 짠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6월 23일 남동구 간석동 모 음식점에서 P씨와 시행사 B(51)대표, 이청연 교육감 지인 L(58)씨 등이 나눈 대화 내용을 담은 녹취 음원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P씨는 이날 대화에서 "(틀어진 문성학원 학교 이전 및 재배치 사업으로 이해 관계자가)법적으로 갈 거라고 생각이 들고, 좋게 안 끝날 것 같아(시교육청) 감사실에 미리 얘기해 놨어…"라고 밝혔다.

문성학원 측이 지난해 11월 30일 B대표와 맺은 토지매매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행사와 토지매매계약을 맺으면서 일이 어긋나기 시작한 상태였다.

따라서 뒷돈을 댄 K이사와 B대표가 2015년 6월 30일 자로 서명한 가짜 차용증 상 채권·채무 관계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B대표는 P씨가 소개한 K이사의 Y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조건에 따라 채무자로 차용증을 썼었다.

P씨는 "(학교 이전 및 재배치 사업과 관련한 뒷돈 거래가)지면 형사 걸리고, 민사 걸리고, 다 그러는 거지"라고 말했다.

K이사가 ‘3억 원을 안 갚았다’며 차용증을 들이대며 사기 등 형사 고발을 한다는 것이 P씨의 시나리오였다.

이 경우 B대표는 사실상 채무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면서 뒷돈 거래를 수사기관에 폭로할 가능성도 염두한 발언이었다.

"돈 문제가 불거지면 이청연 교육감의 측근인 L(62)가 온 몸을 던져 막을 것이다"라는 P씨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P씨는 "우리 교육청에서 다칠 사람 거의 없어요"라며 "(문성학원 이사장을 상대로)소송을 빨리 하시고, 고소를 하려면 빨리 하시라"고 B대표를 종용했다.

그러면서 "B대표도 무사하지 않아, 인천 바닥에서 (트러블메이커로) 안 좋은 소문이 짝 깔릴 거야"라며 겁박하기도 했다. P씨는 뒷돈 거래 문제가 비화될 경우 자신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을 감지하고 있는 눈치였다.

"나도 어쨌든 (수사기관에)뭐라고 말은 해야 돼. 아주 꼬라지 더럽게 되지"라며 수사 대상자로 떠오를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이 교육감의 최측근 L씨의 이름을 거론하며) ○○○씨도 물론 자기 나름대로 길을 마련했겠지만, 검사가 그렇게 허름한 ×이 아니거든"이라고 말을 건넸다.

이미 최측근인 L씨가 검찰 수사를 대비했을 것이라고 읽히는 대목이다.

P씨는 "돈 어디에 썼냐, 어떻게 받았냐, 받을 때 누구 누구 있었냐 (검찰이)이런 거 다물어 봐. 그러면 ‘사장님 도와 드리기 위해서’라고 이렇게 말할 순 없잖아"라며 윗선 개입 사실에 대해 함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새 시행사가 문일여고와 한국문화콘텐츠 등 두 학교 이전을 전제로 아파트 건설 사업을 추진할 경우 "내가 판을 뒤집겠다"고 말해 B대표의 사업 추진을 두둔하는 모양새도 갖췄다.

새 시행사는 한국문화콘텐츠고만 논현동으로 옮기는 것을 조건으로 아파트(815가구)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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