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계봉 시인
문계봉 시인

현재 인천은 인구 300만 도시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그에 따라 원도심과 신도심의 교육격차도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10개 군·구의 고른 발전을 위해 교육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인천교육청은 지난 3월 ‘인천교육, 인천을 디자인하다’라는 주제 아래 원도심 활성화 프로젝트를 제출했다. 

 그리고 그 구상 실현을 위한 첫 단추로 인천 중구의 제물포고등학교(제고) 이전과 교육 복합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예상했던 대로 해당 프로젝트가 제출된 이후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고 현재까지도 치열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각각이 처한 현실과 견해들이 달라 다소 간 편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찬성, 반대 두 입장 모두 지역과 인천교육에 대한 사랑을 전제하고 있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개교 87년의 역사를 갖는 제고가 고교평준화 이전, 인천의 명문고 중 하나였음은 인천시민이면 대개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특히 비리와 타협할 줄 몰랐던 길영희 초대 교장의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라는 교육이념은 정당하게 평가되고 길이 보전(保全)돼야 할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제고가 품고 있는 명문의 광휘(光輝)는 높은 대학 진학률에 있었던 게 아니라 바로 이러한 가치 실천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가치를 교육하고 실천하는 학교가 명문이라면, 인천의 명문이 어디 제고뿐이겠는가. 학식의 사회적 역할과 양심의 소중함을 교육하는 모든 인천의 학교들이 명문고인 셈이다. 87년은 긴 세월이다. 번화했던 도시의 중심부가 변두리가 되고 새로운 도심이 생겨나는 과정에서 사람도 인심도 교육 현실도 함께 변해왔다. 그리고 제고 역시 그 변화의 흐름을 올연(兀然)히 감당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 

 무엇보다 학교를 지탱하는 근간인 학생 수 격감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때 2천 명이 넘던 학생은 2021년 현재, 신입생 143명을 포함한 전교생이 400명으로 줄었다. 이러한 학생 감소 추세는 학교 존립 문제가 대두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학생이 없는 학교가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 난제 앞에서 인천교육청은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제고를 이전하고 그 자리에 교육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은 아마도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교육청에서 밝힌 계획에 따르면, 제고가 있던 교정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자신의 꿈을 가꿔갈 수 있는 진로교육원과 교육연수원 분원, 인천형 미래학교 모델인 상상 공유 캠퍼스, 어린이집 등 교육 기관이 들어서고 생태숲이 조성될 예정이다. 인천 학생들은 이곳에서 자유학기제, 방과 후 학습 활동 등 체험학습을 함으로써 삶의 힘을 길러 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만약 이와 같은 교육청의 구상이 실현된다면 학생들은 이곳을 통해 그동안 제고가 견지해 온 교육 이념이자 공교육의 지표가 될 수 있는 가치들을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게 될 것이다. 

 주민들에게는 문턱이 낮은 열린 공원 역할도 수행하게 됨으로써 원도심만이 갖는 고유한 삶의 정취는 물론 지역 위상이 아울러 높아지면서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애향심도 함께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교사(校舍) 이전을 통해 제고는 제고대로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원도심에 거주하는 학생과 주민들에게도 꼭 필요한 교육과 삶의 여건을 제공함으로써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 이것이 바로 교육청이 제고 이전을 추진하게 된 핵심 배경일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교육청은 앞으로도 한동안 해당 지역 주민과 학생, 인천 시민사회와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비판과 제언을 받게 될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교육청은 정책 추진에 앞서 이러한 비판과 제언을 경청하고 수렴해 교육 소외와 교육 사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설득력 있는 절차와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해야만 한다. 

 인천교육의 미래는 교육청이 단독으로 열어가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지역의 모든 이의 비판과 제언을 토대로 함께 만들어가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때 제고 이전이라는 뜨거운 감자 역시 인천시민이 함께 나눌 수 있는 맛있는 감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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