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상생협력 추진 업무협약 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자축했다.
경기도와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상생협력 추진 업무협약 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자축했다.

백신 접종 가능 인원을 늘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일명 ‘K-주사기(최소 잔여형 주사기·LDS주사기)’.

백신 1명당 접종 인원을 늘려 백신 수급 문제 해결에 기여한 LDS 주사기의 성과 이면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협력이 있었다.

LDS 주사기를 개발한 ‘풍림파마텍’은 최소 잔여형 주사기 제조 기술은 보유했지만 대량생산력은 달렸다. 그 부족분을 메워 성장 동력에 힘을 더한 실체는 다름 아닌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기술력이었다.

풍림파마텍은 삼성전자의 초정밀 금형·사출 기술을 활용해 주사기 사출 생산성을 높였고, 주사기 자동 조립 설비 제작 노하우도 지원받아 생산성을 키워 냄으로써 전 세계 수출의 물꼬를 텄다.

경기도와 경기테크노파크는 LDS 주사기의 사례처럼 기술의 가치를 ‘상생’으로 높여 도내 또 다른 ‘K-기술’의 탄생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삼성전자의 우수한 특허기술이 도내 중소·벤처기업에서 활용되도록 연결하는 다리 역할에 나선 셈이다.

도는 2020년 말 삼성전자와 ‘대기업-중소·중견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그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보유특허 무상 양도사업’을 추진했다. 민선7기 도정 핵심 가치인 ‘공정’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도내 중소기업과 공유하면서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다.

도는 1차로 지난해 3월 삼성이 보유한 200개 특허기술을 무상 양도받을 중소·벤처기업을 모집, 핵심 기술과 사업화 능력 등 적격 심사를 거쳐 31개 기업에 기술을 양도했다.

1차 사업을 통해 도내 중소기업에 양도된 특허기술은 ▶가전 ▶디스플레이 ▶모바일기기 ▶반도체 ▶소프트웨어 ▶오디오·비디오 ▶통신·네트워크 등 총 7개 분야 61개다.

이 중 도내 중소기업으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기술은 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얼굴 인식을 위한 복수의 얼굴 이미지 등록 장치·제어 방법’으로, 기술 양도사에 ‘큐어텍’이 선정됐다.

‘필기 애니메이션 메시지 송수신을 위한 장치 및 방법’(소프트웨어) 기술을 양도받은 A기업은 자체 보유 기술과 결합해 심리상담 애니메이션 동화에서 답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콘텐츠를 마련, 지난해 8월 정식 서비스를 오픈했다.

B기업은 ‘통합 채널 관리를 통한 콘텐츠 재생 방법 및 장치’(통신·네트워크) 기술을 이전받아 홍보·광고 영상 재생과 관련된 플랫폼을 론칭키로 하는 등 삼성전자의 미활용 기술들이 중소기업에는 든든한 자원이 됐다.

A사 관계자는 "대기업의 기술은 물론 사업화를 위한 코칭과 컨설팅도 지원받은 좋은 기회가 됐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이 되는 사업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는 지난해 11월 특허 이전을 원하는 기업들에 대한 2차 모집을 진행했고, 38개 기업이 55개 특허기술(1개 기업당 최대 3개 기술 지원 가능)의 양도를 신청했다. 기술 양도사 선정은 이달 중 확정된다.

도 관계자는 "유망 중소기업들이 보다 높은 수준의 R&D에 도전할 발판이 됐으면 한다"며 "대기업의 기술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상생의 경제생태계가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 삼성전자의 특허기술 활용해 차별화된 고주파 치료기 개발에 성공한 ‘큐어텍’

황도성 큐어텍 대표.
황도성 큐어텍 대표.

 2020년 3월 창업한 유망 새싹기업인 헬스케어 전문업체 ‘큐어텍'.

 큐어텍은 도·경기TP가 진행한 ‘삼성전자 보유 특허 무상 양도’ 1차 사업을 통해 삼성전자로부터 ‘얼굴 인식장치 및 그 제어 방법’과 관련된 기술을 무상 양도받았다. 

 단순한 고주파 치료기가 아닌 사용자의 체감 효과를 최대화할 방안을 찾고 있던 차에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기술을 이전받아 활용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용자의 얼굴 생체신호를 인식해 고주파 자극과 동시에 맥박이나 혈압, 산소포화도 등에 대한 측정·분석이 가능한 전신 순환 촉진 고주파 치료기 개발이 가능해지면서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로부터 양도받은 특허기술을 고도화시켜 얼굴 영상 및 타깃 영상 인식 시 내적 환경 변화나 외부 조명 등의 외적 환경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해 정확도를 높였다. 

휴대용 초립자 방역소독기 생산 현장
휴대용 초립자 방역소독기 생산 현장

 큐어텍 황도성 대표는 "생체 정보의 정확도와 정밀도를 높이려고 주변 환경 정보, 영상 화질 개선, 거리 정보 등 원격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했다"며 "삼성전자의 특허기술을 통해 국제 규격에 맞는 의료기기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기인 만큼 정밀도가 상당히 중요한데, 비접촉으로 생체인식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기술이 무엇보다 관건이었다"며 "삼성전자의 특허기술 접목으로 우리가 다 채우지 못했던 기술력을 상당 부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올해 개발 제품의 상용화를 계획 중인 큐어텍은 의료기기 허가 취득과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단계에까지 다다랐다.

 유럽 MDR-CE, 미국 FDA, 일본 PMDA 등 국제 의료기기 허가를 위한 전자파(IEC 60601-1-2 4.0판)·전기(IEC 60602-1) 안정성 시험을 진행하는 수준인데다 국내 대학병원과의 사용자 적합성 평가도 준비 중이다.

 황 대표는 "기술이전 특허를 활용, 고도화된 생체인식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질병 사전 예방이나 원격 진료까지 가능한 혁신 의료기기를 완성하겠다"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창출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큐어텍의 사례에서 보듯 상생과 공존의 방식은 경제 생태계에서 또 다른 성장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의 기술이전을 통해 기술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대기업은 동반성장을 추구하며 강화된 산업경쟁력 안에서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사장될 여지가 있는 기술이나 특허들이 중소기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 가치로 거듭난다는 점에서 사회·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

고주파 심부 온열기. 큐어텍은 삼성전자에서 양도받은 ‘얼굴 인식장치 및 제어법’ 기술을 고도화해 업그레이드된 고주파 치료기를 개발 중이다.
고주파 심부 온열기. 큐어텍은 삼성전자에서 양도받은 ‘얼굴 인식장치 및 제어법’ 기술을 고도화해 업그레이드된 고주파 치료기를 개발 중이다.

 황 대표는 "스타트업은 적은 인원과 예산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크고,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고도화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의 기술이전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사와 같은 초기 창업기업은 특허 출원부터 등록까지 최소 1년 6개월이 소요되는데, 대기업 등록 특허를 이전받는다면 기업평가에도 이점이 된다"며 "기술적 부분의 신뢰도 향상과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