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 4·16 기억교실 보존공간에서 한 학생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15일 이른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간간이 세찬 바람과 함께 퍼붓기도 했다. 지난 주말(13~14일) 30℃를 웃도는 여름 날씨와 사뭇 달랐다.

하늘에서 내린 비는 온 세상을 적셨지만 안산 4·16 기억교실을 찾은 학생들과 추모객들의 눈과 마음은 눈물에 젖었다.

오전 9시 30분께 찾은 단원고 4·16 기억교실. 사전 예약한 학생들이 이미 줄지어 서있었다. 서울 오디세이고 학생과 교직원 7개 팀으로 나눠 모두 150명이 기억교실을 찾았다.

기억교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영상시청을 했다. 영상에선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학생들의 이름과 초상화, 책상 사진 등이 흘렀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째다.

영상을 보던 학생과 교사들의 눈시울은 어느 새 붉어졌다. 흐르는 눈물을 닦는 학생,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흐느끼는 학생 모두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상이 끝난 기억교실로 발길을 옮겼다.

희생당한 학생들의 교실을 그대로 재현한 기억교실은 사고 뒤 시간이 멈춘 상태다. 교실 안에는 책상 곳곳에 ‘기억판’과 꽃 화분이 놓였다. 2014년 6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교실로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 책상이다.

‘기억판’에는 희생당한 학생들의 캐리커처와 함께 각 학생의 장래희망,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몇 몇 학생은 책상 위에 놓인 방명록을 작성했다.

김희락(15) 군은 ‘늦었지만 생일 축하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날은 희생당한 한 남학생의 생일이다. 김 군은 "사고 당시 내 또래였을텐데 돌아오지 못한 것이 슬프고 마음 아프다"며 "그 나이에 멈춰있는 고인을 위해 늦었지만 생일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책상에 적힌 글귀를 보다 눈물을 흘린 김준형(17) 군은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는데 현장을 둘러보니 마음이 크게 아팠다"며 "세월호와 같은 비극이 더는 일어나면 안 된다"고 했다.

김 군의 눈이 머문 책상 글귀는 "나중에 또 다시 같이 집에 가자"다.

기억교실을 본 뒤에는 희생당한 학생들이 평소 통학하던 길을 따라 단원고로 향했다.

통학길에는 "10년 전 그날의 일을 잊지 않겠습니다",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있길 바라겠습니다"와 같은 메시지가 바람에 나붓겼다.

오디세이고 김희숙 교사는 "세월호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게 살아남은 이들이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방문으로 사회적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연대할 수 있는 마음을 길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억교실 해설사 전인숙 씨는 "세월호가 아픔만으로 남진 않았으면 좋겠다"며 "안전에 대한 인식, 생명이 참 소중하다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씨는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4반 임경빈 학생 어머니다. 기억교실에선 전 씨 뿐 아니라 2학년 7반 허재강 학생 어머니 등 희생 학생 어머니 4명이 기록물 관리, 방문객 교실 안내 등과 같은 자원봉사를 한다.

허재강 어머니는 "8주기, 9주기, 10주기 등 때마다 헤어진 시간을 이야기 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개인적으론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억을 소환해야 하고, 결국 내 가슴을 내가 후벼판다"며 "다만, 바람이 있다면 시민들이 다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에 마음을 모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인영·구자훈 기자 hoo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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