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가르치는 학생 중 커다란 덩치와는 상반되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와 같은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아이가 있다. 지적장애인 중창단에서 활동하는 그 애를 가르치다 보면 나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악보를 보고 외우는 것이 정상인보다 훨씬 어려워서 소리로 듣고 음과 가사를 외우지만 노래 부르는 게 가장 큰 기쁨이기에 고된 시간을 극복하고 있다.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날’이다. 1년 중 4월이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서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지정됐다고 한다.독일 자르브뤼켄 주립극장과 전
봄이면 집 안에 화분을 들여놓기도 하고, 화원을 방문해 꽃을 사서 장식하며 추웠던 겨울에서 벗어나는 기분 전환을 한다. 예전부터 봄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으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가 무대에 올랐다. 특히 1막에 나오는 주인공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첫 만남이 시작되는 파티 장면의 ‘축배의 노래’는 클래식을 모르는 일반인에게도 알려진 음악이다.‘라 트라비아타’는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Verdi, 1873~1901)의 작품으로 1948년 한국에서 공연된 첫 오페라이며, 당시 일본식 명칭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그립고 보고 싶은 얼굴이 있다. 시련과 좌절로 힘들었던 마음의 허전함을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며 영혼의 에너지를 받는다. 그 대상이 부모님일 때 힘을 얻고, 그리운 친구들을 떠올릴 때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오랜 세월 정분을 쌓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내게 인생의 도움을 줬던 인연으로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리워진다.동요 같은 순수한 느낌의 가곡인 심봉석 작사, 신귀복 작곡의 ‘얼굴’은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민족 최대 명절인 음력 1월 1일 설날에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해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고 떡국을 먹었다. 음력 1월 1일인 설날이 양력 1월 1일로 공식적인 ‘설날’이 된 건 을미개혁이 이뤄진 1895년으로, 태양력을 사용하면서 1896년 1월 1일을 ‘설날’로 지정했다. 그러나 구한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설날’이기에 일반인들은 양력설에 강한 이질감을 느끼며 여전히 음력 1월 1일을 설날로 여겨 조상에 제사를 드리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한다.해방 이후 분단의 아픔으로 고향에 가지 못하는 실향민을 노래한 채동선 작곡 ‘고향’이 떠오
얼마 전 일요일 오전,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는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의 사연을 방송했다. 2007년 경매에 마리아 칼라스가 생전 소장했던 보석 11점이 등장하면서 그녀의 죽음이 재조명된 이야기를 소개한 것이다.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는 전무후무한 소프라노 가수로,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프리마돈나일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아름답다기보다는 거친 듯하며 모든 음역을 자유롭게 노래한다.이탈리아어인 디바(Diva)는 ‘여신’이라는 뜻으로, 오페라에서 가
여주시에는 ‘여백 서원’이라는 이색 공간이 있다. 이곳은 2014년 서울대 전영애 독문과 명예교수가 미리 사 뒀던 땅에 한옥 몇 채를 세우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장서를 채웠다. 앞마당과 뒤뜰에는 직접 심고 가꾼 나무와 꽃들이 정원을 가득 메웠다. 그는 각박한 세상에 젊은이들이 부대껴 마모되지 않기를 소망했다. 힘든 이들이 언제든 찾아오는 곳, 잠시라도 숨 돌리며 자기도 돌아보고 세상도 돌아보는 그런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천장을 가로지른 대들보에는 ‘맑은 사람을 위하여, 후학을 위하여, 시를 위하여’라고 적어 놨다.전영애
새해가 되면 누구나 행복을 기원하며 새로운 꿈을 꾸고, 새해 첫날밤 꿈에 의미를 부여하며 해몽도 한다.정신분석학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그의 유명 저서인 「꿈의 해석」에서 꿈은 마음속 무의식적인 요소가 잠을 자는 동안 표출되는 것이며, 따라서 무의식을 이해하는 데 꿈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무의식적 내용과 현실 세계 내용들이 마음속 과정을 통해 변형돼 꿈으로 드러난다. 또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일들을 꿈에서라도 이루고 싶은 소망을 갖기도 한다.조선 중기 기생이었던 황진이(黃眞伊, 1506~1567)의 한시 중 만날 수 없었던 님을 그
올해 성탄절에는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눈이 펑펑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됐다. 아침부터 내려 쌓인 눈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에 모든 힘들었던 일들이 씻겨 내리는 듯하다. 비나 꽃들은 인공적으로라도 사계절 동안 보지만 눈은 겨울에만 오롯이 느끼는 순백의 감성이 있다. 그래서 내게는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계절이 흰색의 겨울로 여겨진다.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전 세계에 걸쳐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은 단연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일 것이다.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감상하기 위해 연주회장을 찾는다.그
얼마 전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삽입되며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말러에 대한 관심이 대중들 사이에서 커졌다.이 곡은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작품으로, 말러는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으로 가득하지만 단지 음악일 뿐이다"라고 했다.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는 보헤미아 지방의 칼리 슈트에서 유태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부모님의 불화로 인해 가정환경이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그는 평생 유태인 태생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았으며, 어디를 가나
연말이 다가오니 시청에서 명동까지의 밤거리는 성탄절 분위기로 가득하다. 크리스마스 장식 앞에서 연인이나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한껏 들뜬 마음을 드러내는 모습들이 세상사와 상관없이 행복해 보였다. 명동거리를 지나다 보니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조니 워커를 좋아했던 시인 박인환(1926~1956)이 생각났다.그 시대의 모더니즘을 대변하는 박인환 시인은 강원도 인제 출신으로 21세 때인 1946년 국제신보에 시 ‘거리’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명동백작’, ‘댄디보이’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훤칠한 키에 영화배우 못지않은 준수한 외모와
연말이 다가올수록 그동안 애쓰며 해 왔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한 해의 결산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대학 입학과 취업 그리고 기업에서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승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앞만 보고 질주하다가 어느 순간 전구의 필라멘트가 끊어진 듯 갑자기 무기력해지고 상실감, 우울감에 빠져 버린다.이 증상을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고 하는데, 과중한 업무로 주말에도 쉬지 못한 채 일에 쫓겨 살다가 신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모든 것이 소진돼 버리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휴식을 위해 휴가라는 기간이 주어지
어릴 때 아버지 손목에는 커다란 시티즌(CITIZEN)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매일 아침 하얀 와이셔츠에 양복을 입으시고 손목시계를 차고 출근하시는 모습이 내게는 너무나 멋져 보였고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았다.시티즌 시계는 105년 역사를 자랑하며 아직도 볼 수 있지만, 그 손목시계만 남겨 놓고 아버지는 일찌감치 하늘나라로 떠나셨다.하지만 주인을 잃은 시계는 상관없이 계속 간다. 그래서인지 동요 ‘할아버지의 시계(Grandfather’s Clock)’는 내게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곡의 원곡 가사를 보면 손목시계가
쌀쌀한 기운이 도는 가을바람에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바닥에는 낙엽이 뒹굴어 쓸쓸한 마음에 숨겨 놓았던 감성들을 꺼내어 가슴 저리는 추억을 되새긴다. 이에 자연스레 생각나는 노래가 있으니 바로 김성태 작곡의 ‘이별의 노래’다."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서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한낮이 끝나면 /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이 시는 박목월(1915~1978)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 중 드라마틱 테너들이 가장 극적인 표현을 하며 부르는 곡이 흔히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고 알려진 ‘Nessun Dorma(네순 도르마)’이다. 이 곡은 ‘투란도트’에 나오는 테너 아리아로, 푸치니 생애 마지막 오페라이며 1926년 초연했다. 하지만 정확히는 ‘아무도 잠들지 마라’로 번역해야 한다. ‘투란도트’ 외에 ‘나비부인’, ‘토스카’, ‘라보엠’ 등 주옥같은 오페라를 작곡한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이탈리아 북부 루카에서 5대에 걸쳐 음악을 한 음악가 집안에서
요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이 한층 더 높아 보인다. 이는 가을에 대기가 건조하고 깨끗하기 때문에 대기 중 수증기나 먼지가 적어 산란이 잘 되는 파란색이 더 잘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여름의 무더위가 가시고 오감을 깨우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그동안 분주함 속에 살다가 삶을 돌아보고 한 해의 마무리를 위한 준비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을을 탄다’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살아가면서 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건 삶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어느 분이 오래전 열악한 환경이었던 강원도 정선의 탄광촌 중학교에서 가정 형편으로 인근 공고로 가려던 자신을 선생님이 부모님을 설득해 도회지로 보내셨고, 그 후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전 산업훈장을 타게 됐다고 하셨다. 아마도 그 선생님은 제자의 가능성을 알아보셨으리라. 그는 그동안 코로나로 찾아뵙지 못했던 86세의 연로한 선생님을 뵙고 돌아왔고, 지금은 몸담았던 곳을 퇴직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노래를 열심히 부르며 인생 후반전에 도전한다.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어느 노인복지관 가곡반은 수업 전 옛날 동요를 부르고 시작한다. 70대에서 94세 최고령 어르신들이 옛 추억에 잠겨 동요를 부를 때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해하신다.어느 날 ‘고향의 봄’을 부르고 나서 어느 할머님이 시를 쓰신 이원수 아동문학가가 사촌 오빠이고, 본인의 결혼식 주례를 하셨다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그 순간, 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살아계신 지나간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한국을 떠나 타국에 사시는 동포들은 모였을 때 ‘아리랑’과 ‘고향의 봄’을 부르며 한민족임을 확인한다. 이 두 노래는 민족의 노래라 아니할 수
얼마 전 TV 유명 토크쇼 프로그램에 지휘자 겸 첼리스트 장한나가 나왔다. 오랜만에 연주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출연하는 모습에 관심 있게 봤는데 그녀는 "내가 듣는 베토벤의 음악은 사람들이 해석한 것이다. 베토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원본은 악보"라며 "이 음표를 베토벤이 왜 썼지? 라는 물음의 연속이다. 베토벤은 ‘혁신의 끝판 왕’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심장이 뛰고 피가 들끓는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베토벤과 사랑에 푹 빠져 말하는 내내 흥분했고 평생 사랑할 남자라며 맨 마지막에는 "베토벤 사랑해"라고 외치고 프로그램을 마쳤다. 그녀
부산에서는 매일 아침이면 MBC라디오 표준FM 시사교양 프로그램 ‘자갈치 아지매’가 방송한다. 현존하는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성우가 사투리를 쓰는 자갈치 아지매로 분해 내레이션을 하는 형식으로, 주로 부산시민들의 제보를 통해 고발·민원, 시정 요구, 제언 등이 중심을 이루며 미담도 소개한다. 모든 방송이 원칙적으로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방송 규범에서 벗어나 부산 특유의 사투리를 사용함으로써 지역 정서와 문화를 담아낸다. 이 프로그램을 최초 제작한 이가 당시 부산MBC PD였던 고(故) 김민부 시인이다. 그는 1962년 부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는 600곡에 달하는 주옥같은 가곡(리트, Lied)을 작곡해 ‘가곡의 왕’으로 불린다. 그의 가곡들은 당대 유명했던 시인들의 가사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선율로 작곡했기에 지금도 사랑을 받는다.우리나라 중등학교 교과서와 음악 전문 서적에는 슈베르트의 곡들이 빠짐없이 실린다. 그 중에서도 슈베르트가 1817년 작곡한 ‘송어’는 가장 많이 알려진 대표곡이다. 아마도 누구나 합창이나 독창곡으로 한 번쯤은 흥얼거렸을 뿐 아니라 피아노 5중주곡으로 광고나 드라마, 영화 배경음악으로 사용돼 잘 알려졌다.그런데 일제강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