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공군 고위급 장교가 군인 등의 강제 추행 등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범죄와 관련해 군내 팽배한 온정주의와 솜방망이 처벌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군의 자정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4일 국회 국방위 소속 김민기(민·용인을)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여 동안 육·해·공군 소속 군인이 일으킨 성범죄 사건은 1천874건으로, 이 중 간부(장군·장교·부사관·군무원)가 저지른 성범죄 사건은 751건(40.07%), 병사가 저지른 사건은 1천123건(59.93%)이었다. 또 남성이 가해자인 범죄가 거의 대부분인 1천868건(99.68%)이었고, 여성이 가해자인 범죄는 6건(0.32%)이었다.

지난해 5월에는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이 터졌고, 유족들이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방부 검찰단이 대대적인 재수사에 착수해 공군 창설 이래 최대 규모의 인사·수사 조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같은 해 8월 해군에서도 여군 부사관이 성추행 사실을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유사 사건이 이어지며 파장이 일었다.

기호일보 취재 결과, 군사법원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5시 27분께 공군 특수임무비행단 소속 A대령을 군사경찰대대 미결수용실에 구속한 사실을 확인했다. A대령에 대한 인사명령 및 필요한 조치는 관련 부서와 협의해 이뤄질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A대령에게는 군인을 포함한 강제추행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군 조직 특성상 좀체 개선되지 않는 ‘제 식구 감싸기’와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보통군사법원에서 다룬 성범죄 재판 1천708건 중 실형 선고는 175건(10.2%)으로, 같은 기간 민간인 실형 선고 비율(25.2%)보다 15.0%p 낮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또 군 성범죄 사건 수사·재판을 처음부터 민간이 맡는 내용을 포함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군내에서 발생한 성범죄와 군 사망사건 관련 범죄, 입영 전 저지른 범죄 등의 수사는 물론 재판도 군사법원이 아닌 1심부터 일반 법원이 관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그 외 군 관련 사건 재판은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1심은 기존대로 군사법원에서 진행하나 2심인 항소심부터는 앞으로 민간 법원이 맡게 된다. 하지만 군사법원 완전 폐지를 주장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도 나온다. 군 사법체계 핵심 인력이 군복을 입고 있는 이상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국방부 측은 "관련법 개정으로 군사법원 소관 일부 사건이 민간에 이관되며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TF 구성을 통해 군내 성범죄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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