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고원을 떠나기 전, 권 선생이 일행을 위해 맥주 50병을 선사하겠다고 나섰다. 그 다음 날은 방송사 유명 작가 출신 김 선생의 보드카 접대도 예약했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은 어디서나 ‘술 권하는 사회’가 전통이다.이들은 모두 낯선 여행객, 잠시 인연을 함께하는 사이에 지나지 않지만 기꺼이 주머니를 터는 멋진 사나이들이다. 이런 자리에서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자연스레 나오는 법이다. 공식으로 떠나기 전날 칼라이 쿰부 조로아스터교 유적지를 찾은 날, 바람도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모두 둘러앉아 나눈 대화를 종합했다.처음 말
나는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무엇을 위해 자신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해야 한단 말인가. 젊은 시절 혈기도 아니고 인생을 알 만한 나이에도 기꺼이 위험을 선택하는 동력은 과연 무엇인가?최고 높이 약 4천600m 고지 ‘악 바이텔 패스’에서 잠시 머물렀다. 모두 셔터를 누르는 사이, 70대 박 선생이 바닥에 엎드려 절을 했다. 동서남북 3번씩 모두 12배를 했다. 모두들 이 낯선 광경에 의아해했다. 그는 절을 마친 뒤 이렇게 설명했다."내 나이에 이렇게 높은 고지대에 올라온 데 대해 감사하는 마
첫 경험은 잊지 못하는 법이다. 60대가 되니 새로운 뭔가가 별로 없다. 그러나 평소 하지 않던 산악 트레킹을 선택해 보니 생소하고 신기한 일이 많다. 하루하루를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한다.조르쿨 호수로 가는 길에 파미르 상징이자 희귀종인 마르코 폴로 산양 떼를 봤다. 고봉 산자락을 따라 일렬로 이동하는 장관을 보려고 차를 세웠다. 천적을 피해 고지대에서 서식하는 산양 무리는 아침 산책처럼 여유로운 모습으로 산길을 거닐었다.그렇게 파미르 하이웨이를 한참 벗어나 그 내부를 들어오니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서늘한 바람과 잡힐 듯한 구
칼라이 쿰부에서 오전 4시 출발했다. 어둠과 먼지 속에서도 7호차 현지 운전기사 누르베키는 잘도 달린다. 핀즈강을 사이에 두고 아프가니스탄을 마주 보며 약 5시간을 달린 끝에 호루크시에 도착했다.호루크는 타지키스탄 유명 남부도시다. 물류 교역 중심지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주변에 드문 번화 도시였다. 호루크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고산식물원(2천200m)이 있어 모두 방문했다.여기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채경석 대장이 식물원에 대해 설명하는 사이 50대 한 여성이 실신했다. 다행히 주변 사람이 바로 부축했고, 남편이 달려오고 간
7월 27일 우리나라 한여름 무더위를 뒤로하고 에스타냐 항공으로 카자흐스탄 수도 알마티를 경유해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 도착했다. 비행에 걸린 시간은 6시간 30분 정도였다.두샨베 역시 바깥 온도는 36℃로 햇살이 따가웠다. 먼지도 많아 아직은 파미르를 실감하지 못했다. 두샨베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음 날 두샨베 남쪽에 자리한 레일라쿨(3천400m) 호수로 첫 트레킹 일정을 잡았다."처음부터 3천m대 높은 지대에 올라가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내 인생에 단 한 번도 3천m를 넘는 고지대를 올라 본 적이 없는데…."기대보다는 두려움
은퇴한 시니어들이 도전하고 싶어 하는 파미르 트레킹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은퇴라는 새로운 인생의 변화를 어떻게든 소화하면서 지나온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굳이 오지 체험을 택한 까닭은 편안한 관광보다는 어려운 여행이 성찰과 다짐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다. 60대부터는 무엇보다 건강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나의 건강 관리가 어느 정도인지 파미르에게 물어보고 싶었다.은퇴한 뒤 나의 삶의 방식과 콘텐츠를 어떻게 수정하고 보완할지 원점에서 다시 한번 설계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