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 /사진 = 기호일보 DB
해양경찰청. /사진 = 기호일보 DB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말 경찰·소방·해경 보수를 공안(공공안전)직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하기 전 예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해경을 배제해 결국 인건비 부족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윤석열 정부가 경찰국 설립에 따른 경찰 조직 반발을 잠재우려고 경찰·해경·소방직군 기본급을 공안직에 버금가는 정도로 올리겠다는 처우 개선책을 내놨다. 이는 공안직인 검찰·철도경찰·교정직군에 견줘 기본급이 낮은 경찰·소방·해경 기본급을 이들 수준으로 올린다는 당근책이다.

당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 같은 정책을 실행하려면 해마다 2천억 원가량 추가 예산이 든다며 인건비 총액에서 운용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획재정부, 인사혁신처, 행안부가 주관한 예산편성 회의에 경찰만 대표 격으로 참여했고 해경과 소방은 빠졌다.

앞서 해경이 요구한 2023년도 인건비는 9천187억 원이었고, 이는 해당 정책을 발표하기 전이어서 공안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100억~120억 원)은 반영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초과근무 수당 100억 원을 삭감하는 바람에 부족한 인건비는 기본급 인상에 따라 연동하는 금액까지 모두 합치면 547억 원가량이라고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예산 회의에 참여하길 원했으나 배제한 까닭은 모른다"며 "경찰 쪽에 2023년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의견만 전했고, 논의 결과 거의 반영하지 않아 지금 인건비 부족 사태를 겪는 처지"라고 했다.

또 "경찰은 예산 10조 원을 운용하기에 연말에 불용예산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기가 수월하고, 소방은 인건비 대부분을 지방재정에서 충당해 예산 부족 영향을 덜 받아 해경만큼 충격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해경은 인건비 절감안을 쥐어짜는 자구책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일선 해경 반발이 거세다.

해경 A씨는 "출장 여비도 삭감했고, 함정 출동 수당도 줄이려고 출동도 자제하는 상황"이라며 "나이 든 직원들은 부당해도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젊은 직원들 불만이 많다. 예산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반 강제로 시행하는 부분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해경 관계자는 "일선 해경 불만은 알지만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예산이 부족하면 삭감이 가능하다"며 "정도 차이는 있지만 해경만 겪는 상황은 아니라고 안다. 힘들더라도 고통을 분담해 어려운 시기를 넘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도 해경 예산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안다. 관계자와 만나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올해는 어렵지만 내년도 예산 확보에 온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기자 kd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