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맑은 물의 지표로 상징되는 버들치가 떼지어 헤엄치고 하천변에서는 하루종일 동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뛰노는 도심속 풍경을 머지않은 날에 양재천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동네 아낙들에겐 빨래터이자 만남의 장으로, 아이들에겐 사계절 놀이터로, 농부들에겐 젖줄로, 비오는 날에는 동네 안전을 책임지는 배수로로, 수천년 동안 그 역할을 다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과천골 동네 앞 개울이 개발의 논리와 도시화에 떠밀려 콘크리트 뚜껑으로 덮혀진 채 10년 전 도심속 지하로 감금됐다.

민선자치 이후 각 지자체는 콘크리트로 영원히 덮혀 놓았던 복개천을 자연환경복원이라는 거대한 명분하에 하나 둘, 원래대로는 아니지만 선심이나 쓰듯이 자연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려 놓자며 복개구간 철거작업을 잇따라 벌이고 있다. 대다수의 지역주민들과 지자체들은 엄청난 복구비용에도 불구, 복원사업에 긍정적이지만 복개구간을 중심으로 새로운 터전과 생활권을 가진 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과천시는 양재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키 위해 2단계에 걸쳐 142억원의 예산을 투입, 복개구간 철거작업과 동시에 과천시 양재천 구간인 47번 국도에서 서울 서초구에 초입에 이르는 구간의 자전거도로를 조성한다는 계획안을 내놓고 있다.

과천 도심을 지나는 양재천은 지난 94년 주민들의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복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차장 기능 및 이용률 저하를 틈타 환경친화적 도시공간을 주장하는 환경론자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도심속 생물서식의 전제가 될 친수공간 확보를 위해 양재천 복원의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10년도 못 내다본 근시안적 행정에 대한 볼멘소리도 적잖게 들려온다.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 및 여론조사 실시
 

과천시는 양재천 복원사업을 위해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전문가 의견 등의 수렴을 거쳐 지난 1월 자연형 하천복원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의뢰했다.

과천시는 양재천 복원사업과 관련, 환경친화적 도시 이미지 구축과 주민의 환경이용 욕구충족을 위한 개선 명목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대 시민 약속과 함께 시민여론 조사에서 73%의 찬성을 얻어냈다.

현재 복개돼 이용되고 있는 주차공간은 총 302면으로, 시의 조사결과 92%가 외지인들의 방문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1.2%만이 주거 목적으로 이용하고 철거에 따른 부작용과 반발은 크게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만간 착공에 들어갈 양재천 복원사업의 제1단계는 별양동 과천주유소에서 별양교까지의 폭 30m, 길이 697m 구간으로 총 86억원을 들여 2005년까지 복원한다는 계획이며 제2단계 사업으로는 정부과천청사 사거리에서 과천주유소에 이르는 512m 구간으로 2006년 착공 예정이다.

과천시는 특히 복원사업과 더불어 과천시를 둘러싸고 있는 관악산, 청계산, 우면산을 비롯해 시내에 조성돼 있는 중앙공원, 종합청사광장 등을 양재천을 따라 녹지공간으로 조성하는 `그린네트워크'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준비중에 있다.

이를 위해 자연형 하천의 경우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물의 낙차를 이용한 여울을 만들며, 이밖에 자연관찰학습원, 습지식물원, 야생초지원, 주민휴게광장, 자갈밭, 야외무대, 징검다리, 산책로 등을 조성하게 된다.

이와 함께 오염 저감을 위해 하수관정비와 하수처리를 통해 3급수에서 2급수로의 수질 개선을 계획하고 있다.

과천환경운동연합 김동근 사무국장은 성공적 복원사업되기 위한 전제로 “썩어가던 안양천의 지천인 학의천을 지역의 19개 시민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적극 참여, 버들치가 사는 1급수로 되살린 성공사례를 지자체 하천살리기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인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듯 지역 시민환경단체와의 연대모색은 물론 모든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양재천으로 끌어낼 때 복원사업의 성공을 가져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시의 양재천 복원사업이 주민 참여형으로 진행될 때 사업완료후에도 시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견수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원시 기대 효과

시와 환경전문가들은 양재천 복원시 주된 기대효과로 주민 친수공간 확보를 통한 하천수질 개선, 대기오염으로 인한 열대야 완화 등을 들고 있다.

이와 함께 도심속 생물서식공간이 대폭 확충,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가 가능해지는 것을 비롯해 복개구간 철거로 빛·에너지와 산소 공급이 가능해져 자연정화에 도움이 되며, 분지인 과천 지형의 특성과 대기오염으로 인해 자주 발생하는 도시열대야현상 완화와 대기오염 저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양재천 복원은 생태계 및 녹지보존을 통해 자연속 서식환경을 조성함으로 환경도시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단계부터 양재천복원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송병화 선임연구원은 과천시정지인 `과천사랑'과 가진 인터뷰에서 “복원은 단순 구조물을 걷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우리들이 잃어버린 자연을 되찾는 `환원'의 의미로, 이를 통해 지역주민과 자연이 공존하는 터전을 마련, 과천의 환경적가치를 증진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양재천은 청계천 등과는 달리 복개된 상단부는 공영주차장과 공원녹지이기 때문에 예산절감 및 공사기간단축이 가능한 데다 중앙공원이 인접해 있어 공원과 하천간 공존이 가능, 생태적 안정을 이루는 데도 효과적이어서 양재천 복원은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복원사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연구원은 복원 효과의 승패를 좌우할 중요 요소인 수량확보와 관련, “타 지자체의 하천복원사업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특히 하천복원사업의 경우 수량확보를 하지 못할 경우 수질개선효과는 물론 친수공간 조성효과가 저감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 수량확보 문제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단기적 확보 방안중에 하나로는 팔당원수와 지하철 유출수를 이용하는 방안으로 `생태계보전의 최소 유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한 물을 이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양재천 복원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자 상처를 낸 행동에 대한 반성의 과정이며 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이를 회복하는 데 몇배의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세상 이치를 과천시민 모두에게 가르칠 산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전거도로의 개설

과천시민들은 머잖아 서울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과 등·하교를 하게 되는 진풍경을 심심잖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양재천 자전거도로가 2005년 개설을 목표로 양재천 복원사업과 맞물려 추진중에 있기 때문이다. 총사업비 56억원을 들여 추진중인 양재천자전거도로는 부림동 부림교에서 관문체육공원간 폭 3m에 1.1km 구간으로 지난 6월 1차 구간이 완공돼 시민들의 하이킹과 조킹코스로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다.

과천시는 조만간 관문체육공원에서 한국교육문화회관까지의 2차 구간 5.6km에 대한 공사를 2005년 6월까지 완공을 목표로 추진중에 있다.

2005년 2차 구간까지의 자전거도로가 완공, 개설되면 양재천을 따라 서울의 초입인 서초구까지 자전거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며 특히 관문체육공원과 중앙공원에서는 체력단련을 겸한 각종 문화를 행사를 자전거를 이용, 즐길 수 있어 복합적 이용공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자전거도로 옆으로는 각종 자생식물 등을 식재하는 등 도심속 하천과 어우러지도록 자연그대로의 느낌을 살리도록 설계했다.

복원사업 추진을 전담할 김동권 상하수과 과장은 “인근 안양천살리기운동 성공사례 등 전국의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의 성공사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양재천 복원사업의 성패는 환경을 되살리겠다는 지역민의 의지와 함께할 때만이 가능하다”며 시민의 적극적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여인국 과천시장 인터뷰

   

“양재천 복원사업과 자전거도로 개설사업은 사람과 자연이 상생하는 친수공간 확보와 사람 중심의 도시를 꿈꾸는 시민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양재천 복원과 자전거도로 개설 사업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는 여인국 과천시장은 “이 사업은 심한 악취는 물론 수질환경오염 유발 위험 등 죽음의 하천으로 변한 양재천에 생명을 불어 넣는 사업이자, 과천에서 살아가야 할 후손을 위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양재천 복원사업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문제의식과 동참 열기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여 시장은 “복원사업 못지 않게 더욱 중요한 일은 복원사업후 오염원 차단을 통한 수질관리 등 지속적 하천관리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여 시장은 “따라서 주민 모두가 양채천 복원을 통해 환경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전기로 삼아야겠다”며 “복원사업 추진과 관련, 생태계 복원 및 녹지조성의 중요성 못지않게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강봉석기자·kb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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