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하드라마「무인시대」(극본 유동윤, 연출 윤창범, 신창석)가 과연「태조 왕건」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1부 시사회에서 본「무인시대」는 일단은 구성의 일관성과 극적 장치 면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무인시대」는 고려 후기 1170년(의종 24년)이의방이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이래 1219(고종 6년) 최씨 정권을 탄생시킨 최충헌이 죽기까지의 50년 동안을 다룬 150부작 대하드라마.

1부는 사찰 순례를 하는 왕 의종(김규철)의 어가(御駕)행렬이 눈보라를 뚫고 흥왕사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문신과 무신에 대한 차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이 장면에서 주인공 이의방(서인석), 정중부(김흥기), 이의민(이덕화)을 비롯한 무신들은 눈보라를 맞는 고통을 참으며 묵묵히 왕을 호위하지만 의종과 문신들은 어가에서 술로 향락을 즐긴다.

이 장면은 조금 뒤 극한 대립으로 이어진다. 갑자기 바퀴가 구덩이에 끼어 어가가 멈추자 왕과 함께 타고 있던 기거주(임금 의 일정 기록관) 한뢰(정진각)가 대장군 이소응(송용태)을 멸시하면서 이후의 상황을 암시하는 복선이 깔린다.

무신들은 흥왕사에 도착해 추운 바깥에서 음식을 먹게 되고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높아지지만 총사령관인 상장군 정중부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며 부하들을 설득한다.

그러나 흥왕사에 이어 다음날 보현원으로 가던 중 펼쳐진 오병수박희(5인이 한조로 펼치는 무술대결)에서 한뢰는 자신을 화나게 한 대장군 이소응과 젊은 병졸을 1대1 대결을 벌이게 만들어 이소응에게 극도의 모멸감을 준다. 무신들은 이로써 거사를 결심하고 보현원에 도착하자마자 왕을 제외한 모든 문신들을 제거하는 이른바`보현원의 참살'을 벌인다.

1부에서 본 「무인시대」는 일단 거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 주제를 향해 나아가는 일관성 등이 돋보인다. 또한 복선을 깔고 있고 선택의 기로에서 시청자를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도 극적장치로 원만하게 활용하고 있다.

1부 중간에 의종의 어머니 궁예태후(김윤경)의 꿈에 무신들이 의종과 궁예태후를 향해 돌진해 왕이 살해되는 장면이 나타나 이후의 쿠데타를 암시하고 있다.

또한 과연 쿠데타가 1부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무신들의 동태를 눈치챈 좌승선 김돈중(박영지)이 의종에게 환궁을 건의하는 장면을 극적장치로 사용했다. 결국 왕의 고집으로 보현원으로 어가를 돌리면서 1부에서 보현원의 참살이 전개된다. 보현원에서 그들은 결국 쿠데타를 일으켜 왕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신들과 반대하는 군사들을 섬멸한다.

연출을 맡은 윤창범 PD는 "이 장면을 찍을 때 철제로 된 진검을 주로 사용하느라 이의방 역의 서인석씨가 칼에 얼굴을 다치기도 했고 불을 지르는 장면에서 이의민 역의 이덕화씨가 불에 눈썹이 타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겪었다"고 말했다.

15세 관람가 등급인 「무인시대」는 스케일 큰 대작 사극에 목말라 하던 시청자의 눈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극전개상 잔인한 장면등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윤창범 PD는 "1부에서 피를 보이는 장면은 단 3번에 불과하다"면서 "잔인한 장면을 직접 보여주기보다는 암시하면서 건너뛰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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