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전세물건은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바로 계약이 끝난데요. 남아있는 건 가격을 크게 올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뿐이에요.”
정부의 10·15 부동산대책이 시행되면서 비규제지역인 인천의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고 있지만, 전세매물은 크게 줄고 가격이 오르면서 실수요자들 사이 전세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의 11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인천은 0.04% 상승했다. 지역별로 중구(0.09%) 중산동·운서동, 서구(0.06%) 가좌·마전동, 미추홀구(0.05%) 용현·학익동, 동구(0.04%) 만석·화수동, 연수구(0.04%)는 송도·동춘동 위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송도의 한 아파트 단지는 4년 전 찍었던 최고가를 경신하며 일대 부동산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와 함께 송도 전세시장도 매물이 크게 줄고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중저가 전세가 사라지면서 현재 남아 있는 물건 대부분이 고가에 집중되면서 실수요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40)씨는 “전세를 알아보려고 일주일째 중개업소를 돌고 있는데 볼만한 집이 거의 없다”며 “아이 학교 문제 때문에 꼭 이 근처로 옮겨야 하는데 새로 나온 물건이 기존 전세가보다 크게 올라 정말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는 전체 300여 가구 가운데 매매물건이 40여 건에 달했지만 전세는 단 3건에 불과했다. 이 아파트의 KB 전세 평균시세는 6억에서 6억5천만 원 수준이지만 시장에 나온 물건은 모두 7억 원이 넘었다.
인근 다른 단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체 500여 가구 규모의 한 아파트 단지는 전세가 단 2건만 남아 있었고 국민 평형(84㎡) 기준 5억 원 이하 전세는 아예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욱이 2년 전에 계약이 체결된 전세 문건들도 시장에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세입자 상당수가 최대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갱신권을 사용하면서 전세 물량이 더 막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매물이 급감한 이유로 대출규제 강화, 갭투자 관련 동시진행(동시대출) 차단, 이동수요 감소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임명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천시회장은 “예전에는 매도자가 갭투자 방식으로 전세를 끼고 매매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길이 막히면서 전세 공급이 확 줄었다”며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민영 기자 smy@kiho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