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도에서 발견된 해양쓰레기./인천녹색연합 제공
구지도에서 발견된 해양쓰레기./인천녹색연합 제공

인천은 지리적으로 한·중 해류가 교차하는 경계선에 있다. 중국 보하이만에서 황해로 이어지는 해류를 따라 중국 연안에서 발생한 부유쓰레기가 인천으로 유입된다. 인천에서 배출된 생활폐기물 역시 순환류를 타고 되돌아오는 흐름을 보인다. 약 170㎞에 이르는 인천의 해안선은 서해 북부 쓰레기 순환 구조의 중심에 놓여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립해양조사원이 진행한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인천 연안에서 발견된 부유쓰레기 중 상당수가 중국어 표기가 있는 제품으로 나타났다. 백령도 해안 실태조사에서는 수거된 쓰레기의 86% 이상이 외국 기원으로 확인됐다.

서해안은 태평양에서 유입된 해류가 제주도를 거쳐 다시 북상하는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보하이만에서도 해류가 순환하면서 산둥·랴오둥반도에서 배출된 쓰레기가 서해 북부로 이동하고 인천과 태안을 지나 일부는 흑산도 남쪽을 통해 태평양으로 빠져나간 뒤 오키나와 해역과 일본 열도 주변까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중국 쓰레기가 우리 연안으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우리 쓰레기도 다시 중국 쪽으로 이동하는 상호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은 해양쓰레기를 심각한 환경위협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 협력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은 2020년 ‘해양플라스틱 오염관리 강화계획’을 통해 연안도시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와 어구 회수 의무화를 도입했으나 지방정부의 단속·집행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일본은 ‘마린플라스틱 제로 선언(2019)’ 이후 자국 연안 정화사업을 강화했지만 국제공동조사에는 소극적이다. 

백령도 사곶해변으로 떠내려 온 중국 쓰레기./연합뉴스 자료사진
백령도 사곶해변으로 떠내려 온 중국 쓰레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각 국가에서 버린 쓰레기가 다른 국가의 해역으로 이동하면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서해처럼 폐쇄적인 해역에서는 국제협약의 사각지대가 된다.

UN 해양법협약(UNCLOS) 제194조는 ‘국가는 자국 활동으로 발생한 해양오염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지만 국가 간 오염 이동과 관련한 강제 집행수단은 없다. 이 때문에 한·중·일 간 해양쓰레기 문제는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소지가 충분하다.

유럽연합(EU)에서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해 여러 형태의 펀드 및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참고할만 하다.

우리나라 역시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을 제정했으나 여전히 실질적 한·중·일 공조체계는 구축되지 않았다. 

정책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된다. 현재 해양쓰레기 관리체계는 분산돼 있다. 하천과 육상기원 쓰레기는 환경부, 부유·침적쓰레기는 해양수산부, 해안 퇴적물과 정화사업은 각 지자체가 맡는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예산이 중복되고 관리 공백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해안쓰레기를 통합해 관리하는 체계로 부처별 사업이 나눠져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평가하며 ‘국제협약이 국가 간 쓰레기 이동을 구속하지 못한다’고 해양폐기물 국제 공조 체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두용 인하대 초빙교수는 “해양쓰레기는 어느 한 나라만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쓰레기 발생지 추적, 위성 모니터링, 공동기금 설립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환경협력 모델을 도입해야 하고 이를 인천이 공론화시켜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민호 기자 hm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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