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신상호: 무한변주’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한국 현대 도예의 선구자 신상호의 창작 여정을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7일부터 내년 3월 29일까지 전시 ‘신상호: 무한변주’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60여 년간 흙을 매체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그의 작품을 살피며 한국 현대 도예의 확장된 범주를 보여준다.

신상호(1947~)는 다양한 도자 형식과 탁월한 기술력으로 한국 현대 도예를 이끌어 온 대표 작가이다.

1960년대 이천에서 장작가마를 운영하며 전통 도예의 길에 들어선 그는 시대의 변화와 내면의 예술적 탐구심에 따라 도자의 경계를 확장하며 흙의 세계를 다채롭게 펼쳐왔다.

민족적 가치가 강조되던 산업 고도화 시대에는 전통 도자를 제작하며 장인이자 산업 역군으로서 정체성을 모색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국제화의 물결 속에서 도예의 전통적 규범을 넘어서며 ‘도자 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신상호, 꿈-수호자, 1993.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후 21세기 다변화와 혼성의 시대를 맞아 ‘도자 설치’와 ‘건축 도자’ 작업을 통해 미술과 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개방적이고도 융합적인 시도를 이어갔다.

2020년대 이르러서는 오랜 시간 탐구해 온 흙을 전복적으로 사유하며 ‘도자 회화’를 선보였다.
 
전시는 5부로 구성돼 신상호의 도자 90여 점과 아카이브 70여 점을 소개한다.

1부 ‘흙, 물질에서 서사로’는 ‘청자진사화문호’, ‘백자청화조목문대호’ 등 작품을 통해 1960-1990년대 신상호의 전통 도자 세계를 비추며, 2부 ‘도조의 시대’에서는 1986년부터 선보인 신상호의 도자 조각, ‘도조(陶彫)’를 선보인다. ‘아프리카의 꿈’ 연작 중 대표작인 ‘아프리카의 꿈-토템’ 등을 감상할 수 있다.

3부 ‘불의 회화’에서는 2001년 이후 선보인 신상호의 건축 도자의 실험성을 600여 장의 도자 타일과 건축 아카이브를 통해 조명하며, 4부 ‘사물과의 대화’에서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타문화의 옛 물건의 수집과 이를 통한 창작활동을 소개한다. 컬렉터로도 잘 알려진 작가의 수집품을 작업장에 놓여진 모습 그대로 전시장에 재현해 그의 창작의 출발점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 5부 ‘흙의 끝, 흙의 시작’에서는 2017년부터 흙판을 금속 패널에 부착하고 다채로운 색을 입히는 도자 회화를 조명한다.

신상호, 구운 그림-마스크, 2006. <국립현대박물관 제공>

전시 연계 교육프로그램으로는 작가의 대표작 ‘아프리카의 꿈’을 모티브로 도자 조각을 창작해보는 ‘흙에서 태어난 상상동물’을 진행한다. 

참여자의 완성된 작품은 전시 기간 내 전시돼 관람객과 공유될 예정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한국 현대 도예의 역사를 이끌어 간 신상호 작가의 전 작을 다룬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도자 작가 개인전”이라며 “신상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통해 흙이라는 물질의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한국 현대 도예에 대한 시각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경아 기자 jka@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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