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 지휘자. <경기아트센터 제공>
박성호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 지휘자. <경기아트센터 제공>

"장애인들과 음악으로 하나 되는 일이 제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재능을 빛나게 해 더 나은 연주자가 될 수 있게 돕고 싶어요.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고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지난 3일 전국 최초 인재양성형 장애인 오케스트라인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가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창단식을 열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40명 단원들의 꿈을 싣고 첫 발을 내딛은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를 2년간 이끌어 갈 박성호 지휘자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국내 첫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인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초대 지휘자로 지난 2006년부터 7년여간 활동했던 박 지휘자는 "마치 인생 2회차를 사는 것 같은 느낌이다"면서 "이전의 열정과 그동안의 경험, 노련함을 더해 ‘경기 리베라’를 좋은 오케스트라로 만들고 싶다"고 알렸다.

그가 말하는 ‘좋은 오케스트라’란 ‘장애인 것을 감안하면’, ‘장애인 치고는’ 등 편견 담긴 시선이 아닌 음악성으로 인정받는 실력 있는 오케스트라로 성장하는 것이다.

박 지휘자는 "국내에 처음 장애인 오케스트라가 생겨날 당시에는 단원들을 연주자로 양성하기보다는 하나의 복지·교육 프로그램 수준 정도에 그쳤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실력 갖춘 친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창단식 연주 때에도 ‘더 어려운 곡을 고를 걸’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리 단원들에게 장애인이라는 벽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박성호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 지휘자. <경기아트센터 제공>
박성호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 지휘자. <경기아트센터 제공>

그러나 단원들을 신뢰하며 앞으로 나아갈 만반의 준비를 갖춘 그 역시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를 맡기 전까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전 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체에서 운영, 행정 등 여러 한계에 직면했었다"는 박 지휘자는 "그때 받은 상처로 한동안 장애인 관련 음악활동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경기 리베라 지휘자 모집 공고를 본 주변인들이 ‘네가 아니면 누가하냐’고 이야기하는데 심장이 뛰었다. 그래서 전력을 다해 채용과정에 임했고, 뽑히게 됐다"고 전했다.

힘들게 마음 먹은 만큼 그는 지휘자 선임 과정을 준비하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단원들 각각의 특성을 이해하며 강습, 해외연주회 등에 나섰던 경험들을 정리하며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와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박 지휘자는 "우리 경기 리베라를 시작으로 이러한 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체가 전국으로 퍼져 나갔으면 한다. 부족함이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성장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적인 롤모델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경아 기자 jka@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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