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노래를 했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부를 때 지니는 가치와 영향력이 훨씬 컸을 겁니다. 합창이 가진 긍정적인 힘과 선한 영향력을 수원시민께 전하고 싶습니다."
김보미 수원시립합창단 예술감독이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한 포부다.
1월 제6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김 지휘자는 올해로 창단 43주년을 맞은 수원시립합창단 최초의 여성 예술감독으로, 2023~2024년 2년간 수장 공백 상태였던 수원시립합창단을 맡게 됐다.
그는 "합창은 남성 또는 여성들끼리만 부를 수도 있고 여러 혼성 합창단이 함께할 수도 있는, 다양한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장르"라며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채로운 시도로 더 많은 시민들이 향유하는 무대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수원시립합창단은 바로크, 고전, 재즈, 국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레퍼토리의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뮤지컬 갈라 콘서트, 잔디밭 음악회를 선보일 계획이다. 차세대 합창지휘자 양성을 위한 신진 지휘자 데뷔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이와 함께 빈 소년합창단, 월드비전 합창단을 지도하고 이끌었던 김 예술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프로젝트 ‘수원시립합창단 주니어 콰이어’도 추진한다. 수원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합창단을 조직하고 교육을 진행해 미래 세대의 합창음악 저변 확대에 기여할 예정이다.
김 예술감독은 "합창단은 작은 사회다. 그 안에서 아이들이 본인의 강점을 발견하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음악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길러 나가는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께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달려 이뤄 냈을 때 얻는 성취감까지 아이들에게 보여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교육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예술감독은 다음 달 3일 취임 연주회를 앞뒀다. 그러나 그와 수원시립합창단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열린 수원시립합창단 제187회 정기연주회 ‘내 마음속 Playlist-콘서트 다이어리’에서 호흡을 맞췄다.
수원시립합창단과의 첫 만남에 대해 김 예술감독은 "단원들의 프로페셔널한 무대정신과 경기도 최초 프로 합창단으로서의 자부심이 깊게 다가왔다"면서도 "하지만 가장 놀랐던 부분은 바로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연주를 마치고 난 뒤 ‘이런 무대면 정말 매일 해도 힘들지 않겠다’고 느낄 정도였다. 오히려 에너지를 얻고 돌아가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는 연주였다"고 회상했다.
그날에 대한 기억이 강렬했던 만큼 김 예술감독은 수원시립합창단과 함께 펼쳐 나갈 무대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하다.
그는 "이제는 잠시 왔다가는 객원이 아닌, 긴 호흡으로 멀리 보고 나아갈 한 가족이 된 거잖아요. 무한하게 열려 있는 합창음악의 가능성과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합창의 힘을 보여드릴 수 있는 수원시립합창단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정경아 기자 jka@kiho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