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준 경제부국장
김기준 경제부국장

최근 인천에서 의미 있는 경제 세미나가 열렸다. ‘인천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대응 방향’이란 주제로 인천시와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마련한 행사였다. 모시는 글에는 “인천경제는 전국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이어 가고 있다. 바이오 등 신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주관한 행사이니 덕담으로 생각하거나 ‘경제는 심리’인 만큼 시정부까지 나서 앓는 소리를 할 필요까지 없다며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뭔가 불편했다. 상대적으로 CEO 조찬포럼을 취재할 기회가 많은 기자가 현장에서 접한 인천 기업인이나 초청 강사의 절박감과는 너무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16일 인천산단 CEO아카데미의 강사로 나온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은 “우리 경제가 ‘잃어버릴 20년’의 변곡점에 서 있다”고 우려했다. 상위권 국가 중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추이가 가장 걱정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발간한 「인천상공회의소소사」에 “지역내총생산(GRDP) 117조 원 달성, 2년 연속 전국 실질 성장률 1위, 출생아 증가율 전국 1위, 도시브랜드 평판 1위라는 결과물 모두 역동하는 미래도시 인천시와 기업인 여러분들이 일궈 낸 당당한 성과”라고 자랑했다. 인천상의 140주년 창립 행사에서도 같은 뉘앙스의 말을 했는데, 듣는 순간 애향심이 절로 부풀어 올랐지만 참석 기업인들의 박수소리가 예전만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너무 자주 듣다 보니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판단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트럼프 관세 부과로 상징되는 국내외 경제 혼란에다 지난 연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경제계에 들이닥친 불황의 소용돌이까지 겹쳐 수출에 의존하는 인천 경제계가 특히 큰 충격을 받고 있다는 통계 자료가 자주 나오는 상황에서 시 집행부가 너무 낙관론을 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세미나에 제시된 자료도 인천시에 그렇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이동재 한국은행 기획조사팀 과장은 ‘인천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대응 방향’이란 주제발표문에서 “최근 인천은 신산업 확대와 인구·고용 증가에 힘입어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런 구조 변화가 지역경제에 미친 실질적 영향에 대해서는 정량적 분석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를 달았다.

2023년 기준 인천의 명목 GRDP는 116조9천억 원으로 전국 시도 중 6위, 특·광역시 중 2위(2024년에는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GRDP 성장률 기록)라고 짚었다. 같은 해 인천 고용 규모는 127만 명으로 전국 6위, 특·광역시 3위라고 덧붙였다. 이어 “인천은 거주 근로자 대비 지역 내 고용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낮아 상당수 인력이 서울과 경기로 통근하고 경제활동 참가율과 실업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인구 규모에 걸맞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핵심 생산연령대인 30대의 고용률 정체는 우려스러운 신호이며 인적자본 활용 부족을 시사한다”며 “노동수요-공급 간 구조적 미스매치 여부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시의 주장대로 인천이 근래 바이오산업 등의 급성장으로 일부 업종이 호황을 맞고 있지만 그 온기가 온전히 전 시민에게 돌아갈 수는 없다는 분석이었다. 기자에게는 “지역 GRDP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홀려 지역경제의 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일반 시민에게 전국 실질 성장률 1위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질타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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