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인 문순득 일기.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제공>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의 소장유물 「표류인 문순득 일기」가 지난 10일 인천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인천시 지정문화유산 중 첫 해양유물 지정이자, 인천해양박물관 소장유물 중 첫 문화유산 지정 사례다. 

그동안 인천시의 유형문화유산은 주로 근대 인천의 역사와 특성을 반영한 건축물이나 산업유물 중심으로 지정돼 왔다. 이에 비해 해양 교류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유산은 거의 없었으며 이번 「표류인 문순득 일기」의 지정은 해양도시로서 인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문화유산 지정 범주를 해양분야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표류인 문순득 일기」는 우이도 홍어 장수 문순득(1777~1847)의 표류 경험이 담긴 필사본 표해록(漂海錄)이다. 이 기록에는 문순득이 1801년 홍어 거래를 위해 출항했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하여 일본 오키나와(유구), 필리핀(여송), 마카오(오문) 등을 거쳐 약 3년 2개월 만에 조선으로 귀환하기까지의 여정이 담겨 있다. 

조선 후기 최장 거리이자 최장 기간의 표류 사례로 단순한 조난 사건을 넘어 당시의 문화·경제·외교적 교류 양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특히 필리핀 사람들의 종교생활을 묘사한 대목이나 선박 운용 시 거중기를 사용했다는 기록 등은 문순득의 표류 경험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폭넓고 다채로웠음을 보여준다.

 또 이 기록의 존재는 당시 문순득의 표류가 당대인들로부터 역사적으로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건으로 인식됐음을 방증한다. 

「표류인 문순득 일기」는 현재 인천해양박물관 2층 해양교류사실에 전시돼 있으며,  11일부터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바다 너머 세상을 본 조선 상인, 표류인 문순득’을 주제로 테마전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배종진 기자 jongj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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